고려 후기에 이제현(李齊賢)이 백주승상(伯主丞相)에게 쓴 서한. 심양왕(瀋陽王)의 이름으로 원나라에 머물고 있던 충선왕이 환관의 참소를 입어 토번(吐蕃)으로 귀양갔을 때, 그의 방환을 위하여 백주승상에게 도움을 요청한 편지이다. 『익재난고(益齋亂藁)』 권6을 비롯하여 『여한십가문초(麗韓十家文鈔)』 권2에 수록되어 있다.
≪여한십가문초≫에는 ‘상원백주승상서(上元伯住丞相書)’로 표기되어 있다. 내용은 크게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에서는 성인과 같은 덕을 갖춘 사람, 남의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아랫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어야 하는 도덕적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2단에서는 충선왕이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그것을 해결해준 백주승상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이러한 우의가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내용을 피력하였다. 3단에서는 지금까지 돌보아준 것처럼 끝까지 은혜를 베풀어 황제에게 잘 말해달라고 하며, 고국에 돌아가 여생을 마치게 해달라고 하는 간절한 소청을 말하였다.
이 글에서 그는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천한 하우(夏禹)의 치세에서 예를 이끌어 백주승상으로 하여금 대인의 임무로서 문제해결에 솔선수범해줄 것을 강청하고 있다. 「상정동성서(上征東省書)」와 함께 이제현의 우국충정을 읽을 수 있는 글로서 뿐만 아니라, 이제현 문장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비록, 사지(死地)에 빠져 있는 충선왕의 구명운동에 나서고는 있지만, 국왕의 위의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쓴 흔적을 역력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체상으로 볼 때, 끊는 듯한 간결미를 드러내 보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글이 중국 당송(唐宋)의 고문에 근접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