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방언은 평안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이다. 한국어를 크게 여섯 개의 방언권으로 나누는 대방언권의 하나로 평안도방언 또는 관서방언이라고도 한다. 서북방언에서는 구개음화가 나타나지 않으며, ‘ㄴ’에 관한 두음법칙은 나타나지 않고 ‘ㄹ’ 두음법칙만 나타난다. 모음 ‘어’는 ‘오’로, ‘으’는 ‘우’로 실현되는 음운론적 특징도 보인다. 서북방언의 문법적 특징은 주격조사로 ‘-이’와 ‘-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서북 방언의 ‘싸다, 후추’는 표준어의 ‘비싸다, 고추’를 뜻하는데, 이처럼 표준어와 형태가 유사하지만 뜻이 다른 단어들이 있다.
서북방언은 대방언권의 하나로, 북한의 표준어 즉 ‘문화어’의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서북방언의 특징을 고려할 때 현재의 문화어가 서북방언 또는 그것의 하위 방언인 평양말에 기반을 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언 특징의 면에서 문화어는, 평양말이나 서북방언보다 오히려 남한의 표준어와 더 유사한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다(打), 어머니’ 등은 표준어이자 문화어지만 평양말이나 서북방언은 아니다. 평양말을 포함한 서북방언은 ‘티다>치다’ 등의 구개음화를 보이지 않는 한편, ‘어머니>오마니’ 등의 ‘어>오’ 변화는 매우 강력히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다, 오마니’ 등은 문화어로 규정되지 않았다. 이로써 보면 북한의 문화어는, 표준어가 널리 보급된 평양말 문어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서북방언의 일부 특징적 현상이나 단어들이 말다듬기를 통해 그러한 문화어 속에 수용되어 있기도 하다.
서북방언은 ‘ㄷ>ㅈ’류의 구개음화를 경험하지 않은 방언으로 유명하다. ‘딜그릇(질그릇), 가디 말라(가지 말라), 티다(치다), 띠르다(찌르다)’ 등에서 보듯 서북방언은, 모음 ‘이’ 앞의 ‘ㄷ, ㅌ, ㄸ’을 경구개음 ‘ㅈ, ㅊ, ㅉ’으로 바꾸어 발음하는 구개음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서북방언에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ㅈ, ㅊ, ㅉ’이 경구개음이 아니라 치조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방언과 비교하여 서북방언의 두음법칙은, 그 실현 양상이 달라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두음법칙은 ‘ㄹ’이나 ‘니, 냐, 녀, 뇨, 뉴’로 단어가 시작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인데, 서북방언은 독특하게도 ‘ㄹ’에 관한 두음법칙만을 보여 준다. 즉 ‘노동(勞動), 니론(理論)’ 등이나 ‘니르다(이르다, 謂), 닐굽(일곱)’ 등처럼 단어의 첫머리에서 ‘ㄹ>ㄴ’의 변화는 경험하였으나 ‘니>이’(또는 ‘냐>야, 녀>여, 뇨>요, 뉴>유’)의 변화는 경험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의 맞춤법에서 전자의 ‘노동, 니론’을 ‘로동, 리론’으로 쓰도록 한 것은 서북방언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모음의 면에서 서북방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어’가 ‘오’로 그리고 ‘으’가 ‘우’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서북방언은 8개의 단모음(‘이, 에, 애, 으, 어, 아, 우, 오’)을 가지지만 광복 이후에 출생한 대부분의 화자들은, ‘어/오’와 ‘으/우’의 합류로 6개의 단모음(‘이, 에, 애, 아, 우, 오’)만을 발음한다.
그 밖의 특징으로 ‘둏다>돟다(좋다), 천년>천넌, 대륙>대룩(大陸)’ 등처럼 초성의 ‘ㄷ, ㅌ, ㄸ, ㄴ, ㅅ, ㅆ, ㄹ’과 이중모음 ‘야, 여, 요, 유’의 연결에서 활음을 탈락시켜 ‘아, 어, 오, 우’로 발음한다는 점, ‘승겁다(싱겁다), 아츰(아침) 등 ‘ㅅ, ㅈ, ㅊ’ 뒤에서 ‘으>이’의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점 등을 더 들 수 있다.
서북방언의 조사 중에 독특한 것은 주격 조사와 공동격조사다. 이 방언의 주격조사로는 ‘-이’와 ‘-래’가 있는데 ‘-이’는 자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래’는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 연결된다. 특히 ‘파리 네래 잡안?(파리 네가 잡았니?)’ 등에 쓰이는 ‘-래’는 서북방언의 특징적인 조사라 할 수 있다. 다만 ‘더기 바다이 뵘네다.(저기 바다가 보입니다.)’ 등에서 보듯 모음으로 끝나는 일부 명사 뒤에 ‘-이’가 통합되기도 한다. 이 경우의 명사는 이전 시기에 ‘ㅎ’을 종성으로 가졌던 것들이다. 한편 이 방언의 공동격조사 ‘-과’는, ‘친구과 얘기 좀 햇수다.(친구와 이야기 좀 했습니다.)’에서처럼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 뒤에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다른 방언과 차이를 보인다.
선어말어미로는 ‘-앗/엇-’과 ‘-갓-’이 특징적이다. ‘-앗/엇-’은 과거 시제를 표시하며 ‘-갓-’은 추측이나 의도를 표시하는 선어말어미다. ‘귀는 기케 안 먹엇어.(귀는 그렇게 많이 안 먹었어.)’나 ‘내레 가갓어.(내가 가겠어.)’ 등에서 보듯 두 어미 모두, 음절말 자음으로 ‘ㅆ’이 아니라 ‘ㅅ’을 갖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 사람 어드메 간?(그 사람 어디에 갔니?), 원제 가간?(언제 가겠니?)’은 서북방언의 ‘-앗/엇-’ 또는 ‘-갓-’이 의문형 종결어미 ‘-안/언’에 결합될 때 ‘-아/어-’ 또는 ‘-가-’로 나타남을 알려 준다.
한편 서북방언의 청자경어법은 크게 ‘존대, 평대, 하대’로 3분된다. 각각의 등급에 해당하는 대표적 종결어미를 간단히 표로 나타내 보이면 다음과 같다.
서북방언의 친족명칭에서 ‘큰아바지/클아바지/큰아반(할아버지)’과 ‘클마니/클만(할머니)’ 등 ‘크-’계가 ‘조부모(祖父母)’를 가리키고, ‘맏아바지/맏아뱀(큰아버지)’과 ‘맏어맴(큰어머니)’ 등 ‘맏-’계가 ‘백부모(伯父母)’를 가리킨다는 점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이다. ‘(값이) 싸다’도 독특한데 이 단어는 물건 값이 비쌀 때 사용하는 단어다. 물건 값이 쌀 때는 ‘눅다’ 또는 ‘헐하다’란 말을 쓴다. 이처럼 서북방언에는 표준어와 형태가 유사하지만 뜻은 매우 다른 단어들이 상당하다. 표준어의 ‘후추’를 뜻하는 ‘고추’도 그러한 예 중에 하나다. 표준어의 ‘고추’는 서북방언에서 ‘당가지, 댕가지, 당추’ 등으로 부른다. 이들은 대체로, 서북방언에 고어적(古語的) 용법이 남은 데에서 비롯한 예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