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언은 문장에서 주체의 구실을 하는 명사·대명사·수사를 총칭하는 술어이다. 격조사와 함께 주어·목적어·보어·서술어가 될 수 있으며 부사어·관형어 되기도 한다. 체언이 서술어가 될 때에는 서술격조사인 ‘이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명사는 사물의 이름으로서 그 내포적 의미와 함께 외연적 의미를 가지며, 대명사는 사물을 직접 가리키는 지시적 기능을 가진다. 수사는 어떠한 사물이나 부류에 고정된 이름이 아니며, 본래적인 지시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명사·대명사와 다르다. 관형사는 명사 앞에서, 용언의 관형사형은 명사·대명사 앞에서 나타난다는 통사적인 관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용언에 대립된다. 체언은 격조사와 함께 주어 · 목적어 · 보어 · 서술어와 같은 문장의 근간성분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사어 · 관형어와 같은 지엽성분이 되기도 한다.
체언이 서술어가 될 때에는 ‘이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이다’에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엇갈려왔다. 최현배(崔鉉培)의 『지정사설』(1937) 외에도 이희승(李熙昇)의 『체언어미설』(1955)이 있었고, 현재도 학교문법에서는 서술격조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다’의 체언어미설을 택할 경우 체언도 활용하는 것이 되어 체언과 용언의 구별이 없어지거나 무의미하게 되며, 서술격조사로 볼 경우 조사가 활용을 한다는 기묘한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다’를 굳이 지정사로 설정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활용상의 특징으로 보아 용언의 하나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게 할 경우 체언과 용언의 구별은 보다 확실하여진다.
명사가 사물의 이름으로서 그 내포적 의미와 함께 외연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라면, 대명사는 사물을 직접 가리키는 지시적 기능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하면, 대명사는 발화장면에서의 화자(話者)를 지시의 원점으로 하여 다른 사물이나 사건을 지시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대명사에도 내포적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지시의 원근, 청자(聽者)의 인지 여부, 청자에 대한 태도, 대상의 수 등에 의하여 생겨난다.
명사와 대명사와는 달리 수사의 성격은 매우 미묘하다. 어떠한 일면 수사는 명사와 대명사의 성격에 매우 근접하여 있으면서 또 다른 측면에서는 명사와도 다르고 대명사와도 다르다. 수사가 어떠한 사물이나 부류에 고정된 이름이 아니라는 점, 그 내포적 의미가 지극히 단순하다는 점은 수사가 명사적이 아니라 대명사적임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수사에 본래적인 지시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대명사와도 같지 않다. 종래 수사를 때로는 명사로도, 때로는 대명사로도 분류하였던 것은 수사의 이러한 성격에서 비롯한다.
통사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명사 · 대명사 · 수사는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관형사가 앞에 올 때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새 양복’, ‘참 사랑’ 등과 같이 명사 앞에는 관형사가 자유로이 나타날 수 있으나 ‘*새 너’ · ‘*참 그’ · ‘*새 하나’ · ‘*참 둘’과 같이 대명사나 수사 앞에는 관형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그 하나’, ‘이 둘’과 같이 지시관형사는 수사 앞에 나타날 수 있다.
용언의 관형사형은 명사 · 대명사 앞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나타나지만, 수사 앞에는, ‘*커다란 하나’ · ‘*큰 둘’과 같이 나타나기 어렵다. 다만, ‘첫째’, ‘둘째’ 등이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마음씨 좋은 첫째’, ‘가난한 둘째’와 같이 관형사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주어 · 목적어 · 보어 · 서술어 등의 성분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체언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