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는 서술어가 나타내는 행위나 상태의 주체가 되는 문장성분이다. 주어가 되는 품사는 대명사나 수사를 포함한 명사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모든 언어의 공통 특징이다. 국어의 주어는 주격조사 ‘이·가’나 ‘께서’를 취하는 형태상의 특징을 가지지만, 조사가 없거나 보조사를 취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주어가 단체나 기관일 때에는 ‘이·가’ 대신 ‘에서’가 쓰이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단문은 주어가 하나인데, 한 문장에 주어가 두 개인 국어의 이중주어문은 서구어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특한 문형이다. 주어는 서술어와 함께 문장의 기본요소가 되는데,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국어의 특질적인 현상의 하나이다.
“해가 뜬다.”의 ‘해가’나, “구경꾼들이 많구나.”의 ‘구경꾼들이’나, “저 집이 너희 집이니?”의 ‘집이’가 각각 그 문장의 주어(subject)이다. ‘뜬다, 많구나, 너희 집이니?’는 각각 그 주어들에 대하여 어떠한 동작이나 상태를 진술하여 주거나 묻고 있으며, 이들의 주어는 이들 진술이나 질문의 대상이며 주체들이다.
문장은 아무리 간단하여도 주어 하나와 서술어 하나를 갖추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며, 또 문장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진 틀을 기본으로 하여 확대되어가므로 주어는 서술어와 함께 문장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장성분이다.
주어가 되는 품사는 명사(대명사 · 수사 포함)여야 한다. 어떠한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이거나 사물임이 원칙이므로, 주어가 명사인 것은 모든 언어에 공통되는 특징이다. 다만 복문(複文) 등에서는 한 문장이 명사의 자격으로 바뀌어 주어가 되는 수가 있다.
“지난밤 지진의 진원지가 연평도 부근이었음이 밝혀졌다.”에서 ‘지난밤 지진의 진원지가 연평도 부근이었다’는 문장 전체가 명사형 어미 ‘―음’에 의하여 명사 자격을 얻음으로써 주어가 된 것이 그 한 예이다. 명사가 아니라면 명사 자격을 얻어야만 주어가 될 수 있으므로 결국 주어는 명사라야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어의 주어는 주격조사 ‘이 · 가’를 취하는 형태상의 특징을 가진다. “해가 뜬다.”, “구경꾼들이 많다.”의 ‘해가’, ‘구경꾼들이’에서 ‘가’나 ‘이’는 명사 ‘해’나 ‘구경꾼들’이 그 문장의 주어임을 드러내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 ‘명사+이 · 가’가 주어의 기본적인 형태인 것이다. 그리하여 어떠한 명사가 문장 안에서 주격조사 ‘이’나 ‘가’를 취하고 있으면 일단 주어라고 보아 큰 어김이 없다.
주어 중에는 조사를 아예 취함이 없이 명사 단독으로 된 주어도 있으며, 명사가 격조사(格助詞)가 아닌 보조사를 취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너 어디 가니?”의 ‘너’나 “사람 참 많다.”의 ‘사람’이 조사 없이 쓰인 주어이며, “해는 동쪽에서 뜬다.”의 ‘해는’과 “달도 동쪽에서 뜬다.”의 ‘달도’, “아이들만 모였다.”의 ‘아이들만’ 등이 주격조사가 아닌 ‘는, 도, 만’ 등의 특수조사를 취하였으면서도 주어인 것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은 만일 하려고만 한다면 주격조사 ‘이 · 가’를 취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사람 참 많다.” 대신 “사람이 참 많다."가 가능하며, “해는 동쪽에서 뜬다.” 대신 “해가 동쪽에서 뜬다.”라고 하여도 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따라서 국어의 주어는 당장 주격조사를 취하고 있지 않더라도 주격조사를 취할 자격을 가지는 명사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
주어가 존대되어야 할 인물일 때에는 주격조사로 ‘이 · 가’ 대신 ‘께서’가 쓰인다. “할머니께서 편지를 하셨구나.”,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셨어요.”가 그 예이다. 주어가 단체나 기관일 때에는 ‘이 · 가’ 대신 ‘에서’가 쓰이는 수가 있다. “문교부에서 웅변대회를 개최하였다.”, “나라에서 장님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가 그 예이다.
그러나 이 ‘에서’는 주격조사의 일종이라기보다 처격조사일 가능성이 크다. 단체나 기관이더라도 “문교부에서 어디 있니?”와 같은 식으로는 쓰이지 않고 ‘에서’가 쓰일 경우란 “문교부에서 누군가가”의 ‘누군가가’가 생략되었다고 해석되는 경우에 한하기 때문이다.
국어의 주어 문제에서 특수한 것은 이른바 이중주어(二重主語) 문제이다. 단문은 주어가 하나인 것이 일반적인데, “형이 키가 제일 크다.”나 “토끼가 꾀가 많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주어가 각각 두 개씩 나타난다. 한 문장에 주어가 두 개라 하여 이러한 종류의 문장을 이중주어문(二重主語文)이라 하고 그 두 주어를 대주어(大主語) · 소주어(小主語) 등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앞의 예에서 ‘형이’와 ‘토끼가’는 그 문장 전체를 지배하는 주어라 하여 대주어라 하는 것이며, ‘키가’와 ‘꾀가’는 그 위의 서술어에만 직접 걸리는 주어라 하여 소주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이중주어문을 복문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키가 제일 크다’나 ‘꾀가 많다’는 서술절로서 이른바 이중주어문은, “눈이 오는 겨울이 왔다.”가 관형절(冠形節)을 가지는 복문인 것처럼 이중주어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중주어문의 서술절은, 그것만으로 완전한 문장이라고 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과연 서술절이 설정될 수 있을지의 문제를 일으킨다. ‘키가 크다’고 하면 ‘누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는데, “누가 키가 크다는 말이냐?”의 ‘누가’ 자리에 무엇인가 보충되어야 온전한 문장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형이 키가 크다.”의 ‘키가 크다’가 절이 아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든 국어의 이중주어문은 서구어(西歐語)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문형(文型)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어는 서술어와 함께 문장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요, 이른바 근간요소(根幹要素)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어도 문장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 가니?”, “고모댁에.”와 같은 대화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글에서도 주어의 생략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것도 국어의 특질적인 현상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주어가 생략된 국어 문장을 영어 등의 서양어로 옮기려면 그 생략된 주어를 찾아내어 밝혀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 이 주어의 생략을 들어, 또는 “불이야!”와 같은 특수한 용례를 들어 국어는 주어가 필수적이 아닌 언어라고 하는 수도 있으나 그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비록 겉으로 나타나지 않을 때가 있더라도 주어는 원칙적으로 모든 문장에 있어야 하는 필수요소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