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에서 행하는 의식은 선정형의식(禪定型儀式)이라 하여 다른 불교의식인 기도형의식(祈禱型儀式)과 구분 된다. 선종의식은 의식행위가 따로 없고 정형화된 의식의 생략행위와 일생생활의 유지 자체가 의식행위라는 특징을 지닌다.
그리하여 일반적으로 보면 선종에서는 의식행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도형의식은 일상생활과 의식행위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데 반하여, 선종의식은 별개의 의식을 생각하지 않는 데에서 선종의식으로서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선종은 원칙적으로 선정삼매(禪定三昧)의 수행에 의하여 그 종교의식의 본질인 자기의 생명 그 자체에 들어가서 그 실체를 파악, 실증하여 무상지견(無上知見)을 개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하루의 일상생활행위가 그대로 불작(佛作), 불행(佛行)이고, 그 자체에 조직적인 체계가 있고 최고의 종교의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선정(禪定) 수행자의 하루하루의 생활은 단순히 그 생활자에게만 의의를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생활이다.
선종의식은 수행자의 일상생활 자체라 하였으나 아무렇게나 영위되는 생활이 곧 선종의식은 아니다. 선종에 있어 스승은 수행자의 일상생활규범과 그 신자의 일상생활규범을 적절한 모습으로 지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스승에 의하여 지도된 생활 자체가 의식행위인 것이다.
스승에 의하여 지도되는 생활은 조복(調伏) 또는 율(律)이라고 하며, 선가(禪家)에서는 특히 청규(淸規)라고 부른다. 청규에 의하여 영위하는 생활은 그대로가 투명한 생활로서 부단한 수행의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선종의식은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때와 장소의 변천과 수행자의 성향에 수순하여 부단히 개시(開示), 지도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청규의 내용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생활을 적응시키도록 되어 있다. 청규에 의한 일상생활인 선종의식은 대체로 원칙적 선정삼매의 수행을 완성하여 교조(敎祖) 및 역대의 조사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요컨대, 선종의식은 수행자가 행해야 할 일상의 수도생활 그 자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