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쇠 집어먹듯 한다’라고도 한다. ≪대동운부군옥 大東韻府群玉≫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상상의 짐승으로 곰같이 생겼으며 악몽과 요사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했으나, 여기서는 마구잡이로 아무 일이나 저질러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 속담의 유래담으로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고려 말 송도(松都)에 한 과부가 살고 있었다. 일찍이 남편을 잃고 수절하던 과부는 가난하여 삯바느질을 하며 살았다. 어느 날 과부의 몸에 딱정벌레 같은 벌레가 기어다니며 몸을 간지럽혔다. 과부가 풀잎을 따 주었으나 벌레는 먹지 않았다. 밥을 주어도, 생선을 주어도 먹지 않자 과부는 바느질을 계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벌레는 과부의 바늘을 냉큼 삼켜버렸다.
과부는 깜짝 놀랐으나 그 후로 딱정벌레는 계속해서 집안의 쇠붙이들을 먹어치웠다. 벌레는 점점 자라 큰 개만큼이나 커졌다. 드디어 공포의 괴물로 둔갑한 벌레는 과부의 집을 떠나 온 나라 안을 다니며 쇠붙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나라에서는 피해가 극심해지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잡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불로도 안 되고 무기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이 괴물을 죽이려야 죽일 수도 없다 하여 불가사리[不可殺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불가사리가 없어지게 된 계기는 이야기마다 다르다. 중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혼내자 먹었던 쇠붙이들을 모두 쏟아 놓고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무당의 참언(讖言)이 있은 후 고려가 멸망하였고, 그와 동시에 극성을 부리던 불가사리도 함께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당의 참언 내용은 ‘화생(火生)은 목(木)이요, 목생(木生)은 토(土)라. 태초에 건국할 때 토(土)에서 거목(巨木) 나서 거목에 불꽃이 있었거늘, 시절은 불운해서 목생은 화가 아니라 지금은 목(木)을 이기는 금생토(金生土)라. 쇠붙이를 먹는 괴이한 짐승이 나타났으니, 목은 넘어지도다. 나라의 큰 나무는 쇠붙이로 인해 넘어지도다.’라고 하여, 몰락해가는 왕조 말기의 민심과 사회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하여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못된 행패만 부리는 사람을 가리킬 때 ‘불가사리 쇠 집어먹듯 한다.’ 혹은 ‘송도 말년의 불가사리’라는 속담이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