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담은 반복이나 연쇄에 의한 누적 등 일정한 형식에 치중하여 전개하는 민담이다. 민담의 하위 유형의 하나이다.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치중하는 이야기로, 그 ‘틀’은 연쇄에 의한 누적성·반복성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내용보다는 형식적 표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 서술보다 음악적·문학적인 표현의 기술이 요구되며, 서사성이 약하다. 형식담은 일정한 형식에 따라 누적담·함정담·무한담·순환담으로 분류할 수 있고, 내용에 따라서는 둔사적 형식담과 누적적 형식담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형식담(形式譚)은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치중하는 이야기로, 그 ‘틀’은 보통 연쇄에 의한 누적성 · 반복성을 띤다. 내용보다는 형식적 표현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 서술보다 음악적 · 문학적 표현 기술이 요구되며, 서사성이 약하다.
아르네-톰슨은 「설화의 유형[The Types of the Folktale]」에서 형식담[formula tale]은 중심 사건이 단순하지만, 그 사건을 다루는 형식이 복잡하다고 했다. 그리고 형식담이 보여 주는 서사적 패턴은 사건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구연하는 모종의 형식 때문에 흥미를 끈다고 하였다.
형식담은 일정한 형식(틀)에 따라 ‘누적담(cumulative tales)’ · ‘함정담(catch tales)’ · ‘무한담 혹은 끝없는 이야기(endless tales)’ · ‘순환담(round or circular tales)’ 등의 하위범주로 나뉜다.
누적담은 어떠한 행위나 특성 · 이름 · 숫자 · 언어 등이 누적되는 모습이 절정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이야기다. 아르네-톰슨의 설화 유형 「체스의 유래(Origin of Chess)」(AT 2009)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발명자가 임금에게 첫째 칸에 대하여 1알의 밀을 요구하고, 둘째 칸에 대해서는 2알, 셋째 칸에 대해서는 4알, 넷째 칸에 대해서는 8알 등 제곱이 되는 양의 밀을 보상으로 요구했는데, 임금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이를 승낙했다가 끝내 파산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머슴과 새경」이 이와 유사한 내용이다.
함정담은 화자와 청자를 이야기로 끌어들여, 청자가 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자가 의도한 함정에 빠져들어 난처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나 같은」은 화자가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청자에게 ‘나 같은’이라고 대답하게 만든 후, 화자가 ‘그리고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원숭이를 보았지’라고 말하고 청자가 무심결에 ‘나 같은’이라고 대답하도록 유도하여 청자에게 창피를 준다.
무한담(無限譚)은 같은 사건이나 상황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야기이다. 「쥐 떼의 도강」은 이야기 잘하는 사람을 사윗감으로 뽑겠다는 대감집에 찾아간 총각이, 쥐 떼가 강을 건넌다(도강)는 내용의 이야기를 끝없이 반복하여 사위가 된다. 아르네-톰슨의 설화 유형 「왕이 인내심을 잃게 만들기(Making the King Lose Patience)」(AT 2301A)도 같은 내용과 구조를 가진다. 무한담은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청자가 계속 듣고자 하는 욕망을 단념시킬 목적으로 구연된다.
순환담은 이야기 안에 동일한 이야기를 삽입하길 끝없이 거듭하면서 순환되는 구조를 가진 이야기다. 도둑 떼들이 어둡고 비바람 몰아치던 날 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는데, 외출했던 도둑이 돌아와 이야기 하나 해 보라고 하자, 다시 ‘어둡고 비바람 몰아치던 밤이었는데 도둑 떼들이 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어’ 이하를 무한 반복한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순환담의 알맞은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만, 「두더지 혼인 설화」가 순환담의 특성을 일부 보인다.
형식담을 내용에 따라서는 크게 둔사적(遁辭的) 형식담과 누적적(累積的) 형식담으로 분류한다.
둔사적 형식담은 어희담 · 단형담 · 무한담 · 설문담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어희담은 줄거리 없이 운율적(韻律的) 특성, 문답 형식, 허언적(虛言的) 내용, 동음(同音) 이용 등 어희(語戱)의 특성을 보인 이야기로, 언어유희(言語遊戲) 혹은 말놀이의 특성을 강조한다. 「재치 문답」 · 「옥순이네 찍순이네」 · 「찌그락 삐끄락」 · 「통자 돌림」 · 「고바우 영감」 · 「꼬부랑 할머니」 등이 있다.
단형담은 화자가 긴 이야기를 진지하게 진행하여 청자의 기대감을 높인 다음 갑자기 끝을 맺는 단형적(短型的) 특성을 보인 이야기로, 「고만이」 · 「짚신장사」 · 「애기때기」 · 「용개나 방개나」 · 「게떡방아 꿈」 등이 있다.
무한담은 화자가 같은 언행을 반복함으로써 무한(無限)의 특성을 보여 주는 끝없는 이야기로, 「쥐 떼의 도강」 · 「독 굴리기」 · 「벌통과 벌떼」 · 「재목찍기」 등이 있다.
설문담은 화자가 이야기의 끝에서 청자에게 선택을 요구[擇願]하거나 대답을 요청[請答]하는 설문(設問)의 특성을 보인 이야기로, 「어쩌면 좋으냐」 · 「잘려진 목」 · 「숫자 맞추기」 · 「나이 맞추기」 · 「동물 옮기기」 등이 있다.
누적적 형식담은 ① 주인공의 행운이 누적되어 크게 성공하는 이야기. ② 주인공의 불행이 누적되는 이야기, ③ 악인에 대한 동물 또는 사물들의 연쇄적 징치(懲治)나 보복에 관한 이야기, ④ 화자가 문답법을 사용하여 전개하는 이야기, ⑤ 바보가 충고하는 사람의 권유를 그대로 실행하여 실수가 누적되는 이야기, ⑥ 이야기의 출발점이 귀착점(歸着點)이 되는 등 회귀적(回歸的) 특성을 보인 이야기로 세분화할 수 있다.
①의 이야기는 「조 이삭 하나」 · 「새끼 서 발 설화」 등, ②의 이야기는 「긴 이름의 아이」 · 「꿀 소동」 · 「닭 소동」 · 「비단 값」 · 「소 잃고 도끼 잃고」 · 「에각베각 소리」 등, ③의 이야기는 「지게로 져다 버린 범」 · 「늙은 닭과 그 동료들」 등, ④의 이야기는 「개를 그려 먹지」 · 「집안 문안」 · 「물독 속의 도둑」 등, ⑤의 이야기는 「불난 집에 장구춤」 · 「불난 집에 부채질」 · 「바보의 송편 먹기」 · 「설떡 술떡」 등, ⑥의 이야기는 「두더지 혼인」가 있다.
형식담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① 형식이 연쇄적 누적성과 반복성을 띤다.
② 내용이 허언적이며 과장적이다.
③ 표현이 어희적(語嬉的)인 요소가 강하여 그중의 어떤 것은 말장난, 즉 언어유희로 그치는 것도 있다.
④ 동물뿐만 아니라 일반 사물까지도 등장하여 인간의 역할을 나타낸다.
⑤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화자는 그 형식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⑥ 화자가 구연에 싫증을 느꼈거나 이야기 밑천이 떨어졌을 때 청자의 조름에 못 이겨 내놓는 비장의 무기다.
‘형식담’으로 분류되는 자료들은 화자가 이야기를 매개로 청자를 놀리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놀이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유희담’으로 명명하여 형식담의 범주와 관련한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