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명은 ① 진광왕(秦廣王), ② 초강왕(初江王), ③ 송제왕(宋帝王), ④ 오관왕(五官王), ⑤ 염라왕(閻羅王), ⑥ 변성왕(變成王), ⑦ 태산왕(泰山王), ⑧ 평등왕(平等王), ⑨ 도시왕(都市王), ⑩ 전륜왕(轉輪王) 등이다.
불교에서는 중생은 사후에 육신을 벗어나서 자신의 전생업보(前生業報)를 심판받게 된다고 보고 있다. 즉, 죽은 날부터 49일까지를 7일 단위로 하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또 100일 되는 날, 소상과 대상을 당할 때마다 그 십대왕에게 차례로 선악업(善惡業)의 심판을 받는다.
이와 같은 주장은 불교의 독특한 주장이라기보다는 도교 등에서 강한 영향을 입은 것이다. 불교의 경우, 티베트지방의 라마(Lama-) 불교서인 『사자(死者)의 서(書)』라는 경전에 그 상세한 죽음의 여로가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따라서 이 시왕사상은 민간신앙으로서 전수되어 왔다. 각 사원에 명부전(冥府殿)·시왕전(十王殿) 등이 거의 필수적으로 건립되어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이다.
즉, 시왕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내세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신앙형태의 한 전형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용운(韓龍雲)은 명부전 등의 무용론과 철폐론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는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에서 시왕에 대한 사상이 결코 불교 고유의 신앙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오히려 무속적이며 기복적인 성향을 유발시키는 불교의 퇴보 원인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이 시왕신앙을 칠성·산신 등의 신앙과 마찬가지로 저급한 불교문화의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 시왕신앙은 교리적 엄밀성을 수반하지는 않으나 매우 설득력 있는 민간신앙으로서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한 면을 이루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