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로는 먹을 것을 만드는 장소인 부엌 또는 주방에서 쓰이는 기구와, 먹는 장소에서 쓰는 기구와 기명도 포함된다.
식기의 역사는 그것이 식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발생된 것인 만큼 어로·수렵의 식생활방식을 개발하였던 신석기시대까지 소급된다. 이 때의 식기는 토기의 표면에 빗살과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긴 빗살무늬토기(櫛紋土器)였다.
그 형태는 대개 손잡이가 없이 아래가 둥글고 뾰족한 첨저형(尖底形)이었으나 함경북도 쪽에서는 밑면이 납작한 평저형 토기도 발견되고 있어 두 가지 형태가 공존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신석기시대에는 토기와 같은 정제된 식기류 외에도 동물의 뼈와 조개껍질·과일껍질 등이 식사나 조리용 식기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청동기시대에 이르러 식기는 빗살무늬토기에서 문양이 거의 없는 무문토기(無紋土器)로 바뀌었다. 무문토기의 형태는 바닥이 납작하고 손잡이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에는 또 식기는 도기(陶器)인 홍도(紅陶)와 목기류(木器類)·칠기류(漆器類) 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칠기류는 삼국시대에 이르러 식기에 정교한 무늬를 새기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식기는 삼국시대로 오면서 상·하층의 구분된 사회제도와, 주·부식의 정착으로 재료나 종류 면에서 매우 다양해졌다. 재료는 앞시대에서 전승된 토기류와 칠기류 외에도 상류층의 기호에 따라 등장한 금은기·도금기(鍍金器) 등이 있었다.
또한 종류는 오지 합(盒)과 같은 주식용 그릇을 비롯하여 반찬을 담는 고배, 각종 조미료를 담는 기명 등이 있었다. 또한 항아리·쌀독·변두·보(簠) 등도 있었다. 이 중 변두와 고배는 그 형태로 보아 오늘날의 제기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국 중에서 신라는 앞시대의 토기를 한층 발전시킨 경질토기를 등장시켰다. 경질토기의 우수성은 보다 높은 온도로 환원염(還元焰)에서 구워냄으로써 토기 특유의 갈색 대신 회색계통의 우아한 빛깔을 창조한 것에 있다.
삼국을 통일한 통일신라는 삼국의 식기문화를 그대로 이어오면서, 유약 사용으로 그릇의 질을 한층 높였다. 통일신라의 다양한 식기는 고려에 와서 한층 재료가 다양화되었을 뿐 아니라 형태상 세련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고려의 식기는 철기(鐵器)·금은기·금은도기(金銀鍍器)·자기(磁器)·놋그릇[鍮器]등이었다. 이들 중에서 고려시대의 식기를 대표하였던 것은 청자기(靑磁器)와 놋그릇이었다.
청자란 비취색(翡翠色)을 띤 자기이다. 비취색은 당시 송나라에서는 비색(秘色)이라고 할 만큼 그 빛깔을 신비스럽게 여겼다. 고려청자는 빛깔 뿐만 아니라 그 기법도 송나라의 도자기보다 훨씬 뛰어났다.
또한, 놋그릇도 그 합금술이 뛰어나 중국에서 비단 수천 필과 바꾸어 갈 정도였다. 이러한 놋그릇이 다음 시대인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기 반상기의 기초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조선시대에는 유기 뿐만 아니라 백자(白磁)를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식기류가 등장하였다. 백자의 색은 명나라 자기의 순백색과는 달리 우윳빛의 회백색을 띠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이러한 조선의 백자는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일본에 전파되어 그 곳에 새로운 자기문화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의 식기로는 유기와 백자 외에도 사기·질그릇·목기류·곱돌솥 등이 있었다. 사기는 여러 곳에 사깃골이 있어 막사기를 구워내 서민용 식기로 쓰였고, 질그릇은 이미 석기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던 것이 김장의 발달과 더불어 되살아난 것이다.
또한, 목기류는 작은 그릇에서 함지박이나 바가지류, 각종 제기(祭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한편 이 때의 발달된 조리법에 따라 생겨난 곱돌솥은 특수 조리용구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는 반상기를 비롯한 각종 식기의 완성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서양문물의 도입과 함께 양은(洋銀)이 식기의 재료로 등장하고 서양풍의 평접시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청자·백자 등의 전통적인 식기는 생산이 거의 되지 않게 되면서 실용성보다는 골동품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식기의 종류는 재료별·형태별 등 다양하게 나눌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식사용, 조리용, 저장·발효용 등 용도별로 나누어 살피기로 한다.
(1) 식사용 식기
식사를 할 때 소용되는 그릇으로는 반기(飯器)·조반기(朝飯器)·대접·합·반병두리·바리때 및 각종 반찬 그릇, 술잔·수저 등이 있다.
① 반기 : 밥을 담는 그릇으로 뚜껑이 있으며, 뚜껑에는 수(壽)·복(福) 등의 길상문자(吉祥文字)가 새겨져 있다. 반기는 계절에 따라서 다른 것을 사용한다. 겨울에는 대개 백통(白銅)이나 놋쇠로 된 것을 사용하고, 여름에는 사기로 된 것을 쓴다. 그 크기는 대·중·소로 나누어진다. 대형은 성인용이고 소형은 돌쟁이용이다.
② 조반기 : 이른 아침에 미음이나 죽 등을 담아 대접할 때 쓰는 용기이다. 조반기는 놋쇠나 백통 제품이 많으며, 작은 대접 모양을 한 그릇에 뚜껑이 있고 뚜껑에는 꼭지가 달려 있다.
③ 대접 : 국이나 숭늉을 담는 그릇이다. 놋쇠·은·사기 등으로 만든다. 대접 중에는 연잎대접이라고 하여 구경(口徑)이 보통 것보다 1.5배 가량 큰 것이 있다. 이것은 주로 가장(家長)의 국 대접으로 쓰인다. 놋쇠나 백통으로 만든다.
④ 합 : 국수장국·떡국·밥·약식 등을 주로 담는 그릇이다. 형태는 속이 깊고, 거의 직선으로 내려갔으며 위에는 뚜껑이 있다. 크기는 여러 층이 있다. 대형 합은 대개 밥통으로 쓰인다.
⑤ 반병두리 : 국수장국·떡국·비빔밥 등을 담는 그릇이다. 모양은 합과 거의 비슷하나, 뚜껑이 없고 위쪽이 약간 퍼져 있다. 반병두리는 보통 놋쇠나 은으로 만들어진다.
⑥ 바리때 : 바리라고도 하며 밥·국·김치·나물 등을 담는다. 예전에는 여자들의 밥그릇으로 많이 쓰였다. 작은 것에서부터 차차 큰 것에 이르기까지 5∼9층이 포개져 한 벌이 되며 맨 위에는 뚜껑이 있다. 사찰에서는 승려들이 각자 한 벌의 바리때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
⑦ 반찬그릇 : 김치·깍두기를 담는 보시기, 동치미를 담는 옹파리, 각종 찬품을 담는 쟁첩·접시와 조미료를 담는 종지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보시기와 쟁첩은 사기·놋쇠·은 등으로 만들어지며, 옹파리와 종지는 사기로 만들어진다.
각각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보시기의 경우 속이 깊고 뚜껑이 있으며, 옹파리는 바리모양이다. 또한 쟁첩은 뚜껑이 있는 야트막한 접시이다. 접시는 뚜껑이 없이 편편하다. 종지는 약간 깊게 파인 작은 그릇이다.
⑧ 술잔 : 술을 담아 마시는 그릇이다. 재료는 사기로 만들며 술의 종류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다. 막걸리를 마실 때는 사발모양의 큰 잔, 약주를 마실 때는 지름 4∼5㎝ 정도의 잔, 소주를 마실 때는 지름 3㎝ 가량의 작은 잔을 각각 사용한다. 요즈음은 소주잔으로 작은 유리잔이 쓰이고 있다.
⑨ 수저 : 식사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용기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말한다. 숟가락은 밥이나 국을 떠먹을 때에, 젓가락은 반찬을 집어먹을 때에 각각 사용된다. 숟가락의 형태는 자루가 길고 음식을 뜨는 부분이 약간 패어 있다. 숟가락 자루 윗부분에 칠보나 각종 문양을 새겨 장식한 것이 많다.
젓가락은 긴 막대형으로 생겼으며 두 개가 한 짝을 이룬다. 젓가락의 손잡이 부분에는 숟가락처럼 칠보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수저는 대개 은·놋쇠·백통 등으로 만들어졌으나, 요즈음에는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steel)로도 만들어진다.
한편 숟가락에는 식혜·수정과·화채 등의 음청류(飮淸類)를 떠마시는 데 주로 쓰이는 사기수저가 있다. 이것은 보통 숟가락과 달리 사기로 만들어져, 자루가 짧고 오목하게 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 조리용 식기
음식을 조리할 때 필요한 용기이다. 솥·냄비·뚝배기·오지냄비·바가지·옹배기·자배기·양푼·바구니·소줏고리 등이 있다.
① 솥 : 솥에는 무쇠솥·새옹·곱돌솥 등이 있다. 무쇠솥은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누어진다. 큰 것은 물을 데울 때, 중간 것은 밥을 지을 때, 작은 것은 국을 끓일 때 각각 쓰인다.
무쇠솥은 지방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른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중부지방의 것은 솥 둘레가 둥글고 안으로 오무라든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뚜껑도 여기에 맞추어 곡선이다. 반면에 남부지방의 것은 넓은 전이 있고 옆 둘레가 수직이며 구경이 약간 패어진 상태이고 뚜껑도 여기에 맞게끔 크고 평평하게 되어 있다.
새옹은 놋쇠로 만들어진 작은 솥으로 1, 2인용의 밥을 지어 따뜻한 채로 대접할 때 주로 쓰인다. 예전에는 당제(堂祭)나 무의(巫儀)에서 밥을 올리는 그릇으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 형태는 솥밑이 평평하고 배부분이 직선으로 패어 있으며, 주변에는 전이 있고 뚜껑은 평평하게 되어 있다.
곱돌솥은 돌을 쪼아서 만든 솥으로, 죽이나 별미반(別味飯)을 지을 때 쓰인다. 대개 1, 2인용의 소형으로 되어 있으며 둥근 모양도 있고 냄비모양으로 된 것도 있다. 새로 산 곱돌솥은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인 다음에 왕겨 속에 묻은 채로 겨를 태워서 겉면을 검고도 윤택하게 탄소 착색한다. 그러면 솥이 더욱 단단해 진다. 요즈음에는 위의 세 가지 솥 대신에 솥의 기능면을 보다 개선시킨 알루미늄솥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② 냄비 : 다용도로 쓰이나 대개는 국과 찌개를 끓일 때 많이 사용된다. 재래식 냄비는 놋쇠로 만들어져 긴 자루가 한쪽에만 달린 외손잡이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알루미늄 제품의 양손잡이 냄비가 쓰이고 있다.
③ 뚝배기 : 토속적인 그릇의 하나로 찌개를 끓이거나 조림을 할 때 쓰인다. 뚝배기의 크기는 대형의 큰 뚝배기에서부터 아주 작은 알뚝배기까지 있다. 형태는 지방마다 다르다. 큰 뚝배기의 경우에는 중부지방의 것은 속이 약 10∼15㎝ 정도로 깊으며, 구경보다 밑바닥이 약간 좁고, 측면은 직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알뚝배기는 배 부분이 퍼진 곡선형을 이루고 있다. 반면에 동해안의 뚝배기는 깊이가 얕고 국 대접의 윗부분을 오무려 놓은 것처럼 배 부분이 둥글게 곡선으로 되어 있다.
④ 오지냄비 : 찌개나 지짐이를 하거나 또는 조림을 할 때 쓰이며, 작은 솥 모양으로 되어 있다. 새로 산 오지냄비는 센 불에 급히 올리면 깨질 우려가 있으므로 쓰기에 앞서 길을 들이는 것이 좋다. 길을 들이는 방법은 난백(卵白)에 백반가루를 개어 오지냄비에 바른 뒤, 뭉근한 불에서 2, 3번 물을 끓여낸다.
⑤ 바가지 : 박을 이용하여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그릇 이름이다. 가볍고 쓰기가 편하여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다. 쌀은 퍼내는 쌀바가지, 장을 떠내는 장조랑바가지, 물을 푸는 물바가지 등 용도별 호칭도 여러 가지이다. 요즈음에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등장함에 따라 박으로 만든 재래식 바가지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⑥ 이남박 : 쌀을 씻는 용기이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형태는 구경이 넓고 높이가 15㎝ 정도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내부는 쌀을 씻기에 편리하도록 여러 줄의 골이 패어 있다. 새로 마련한 이남박은 들기름을 발라 기름이 충분히 밴 다음에 마른 행주로 닦아 길을 들인 뒤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⑦ 옹배기·자배기 : 옹배기와 자배기는 모두 채소를 씻고 절이거나 또는 산나물을 데쳐 물에 불리거나 떡쌀을 담글 때 쓰이는 질그릇의 한 가지이다. 이 두 종류의 그릇은 용도는 같으나, 형태가 약간 다르다.
옹배기는 주둥이보다 배부분이 넓고 둥글며 바닥이 좁게 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자배기는 구경과 바닥이 모두 넓다. 요즈음에는 재래식의 옹배기나 자배기보다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양자배기라고 하는 제품이 크기 별로 많이 보급되어 있다.
⑧ 양푼 : 떡을 반죽하거나 나물을 무칠 때 쓰이는 용기이다. 주로 놋쇠나 백통으로 만들어지며 크기는 다양하다.
⑨ 바구니 : 대개 음식물을 조리하기에 앞서, 재료의 물기를 빼는 데 쓰인다. 형태는 거의 둥글며 대나 싸리를 결어서 만든다. 요즈음은 플라스틱으로 만들기도 한다.
⑩ 소줏고리 : 소주를 골 때 쓰는 특수 조리용구이다. 도제품(陶製品)과 놋쇠제품이 있다. 그 형태는 허리의 부위가 잘록하게 이어져 있으며, 위층 아래 부위에 꼭지가 거꾸로 붙어 있다.
사용 방법은 솥 안에다 술을 담고 소줏고리를 시루 앉히듯 앉힌다. 그런 뒤에 주변에 시룻번을 바르고 불을 때면 내용물이 끓어 증기가 안으로 올라온다. 이 때에 소줏고리의 뚜껑을 젖혀서 더운물과 찬물을 자주 갈아주면, 뚜껑에 접촉한 증기가 거꾸로 달린 꼭지로 흘러 밖으로 나오게 된다.
⑪ 시루 : 떡을 찌는 용기로 놋시루·오지시루 등이 있다. 형태는 자배기보다 높고 손잡이가 있으며, 바닥에는 5, 6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요즈음에는 알루미늄시루도 등장하고 있다.
조리용 식기로는 이밖에도 전을 부치는 번철, 구이를 하는 석쇠, 쌀을 이는 조리, 국물을 뜨는 국자, 밥을 푸는 주걱 등이 있다.
(3) 저장·발효용 식기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발효시키는 데 쓰이는 그릇이다. 저장용기로는 뒤주·독 등이 있으며 발효용기로는 초병이 있다.
① 뒤주 : 곡식을 담아 저장해 두는 나무로 된 궤짝이다. 뒤주의 종류에는 팥이나 콩을 저장하는 팥뒤주, 쌀을 저장하는 쌀뒤주가 있다. 팥뒤주는 대개 3, 4말들이의 크기로, 쌀뒤주는 1가마에서 2가마들이의 크기로 각각 되어 있다. 뒤주는 예로부터 홰나무(槐木)로 만든 것을 최상으로 쳤다. 현대에 와서는 기능면이 보완된 기계화된 쌀통이 등장하면서 홰나무 뒤주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② 목판 : 떡이나 과일, 마른 음식 등을 담아두는 그릇이다. 목판은 얇은 널빤지로 바닥을 하고 조붓한 전을 엇비슷하게 사방으로 댄 장방형(長方形)으로 되어 있다. 대개 잔치에서 많은 음식을 마련할 때면, 이 목판을 즐비하게 놓고 다 된 음식을 차곡차곡 담아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꺼내 쓴다.
③ 독 : 각종 장(醬)과 김치를 저장하는 그릇이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가장 귀중한 저장용기 중의 하나이다. 독은 크기에 따라 대형을 큰독, 중형을 중들이, 소형을 항아리로 불른다.
큰독은 김장김치나 간장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운두가 높고 중배가 좀 부르며 전이 달려 있다. 중들이는 막장이나 된장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모양은 큰독과 같으나 크기가 작을 뿐이다. 항아리는 고추장을 저장할 때 쓰인다.
키가 작고 구경이 넓으며 배가 몹시 부르다. 항아리의 구경이 넓은 것은 주로 고추장을 저장하는 용기인 만큼 볕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함이다. 항아리는 고추장 뿐 아니라 각종 잡곡을 저장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④ 초병(醋甁):식초를 발효시킬 때 쓰는 항아리이다. 요즈음에는 그다지 쓰이지 않고 있으나, 쌀술을 재료로 하여 식초(食醋)를 집에서 빚어두고 먹었던 예전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릇이었다. 형태는 장두호형(長頭壺形)으로 동그란 모양에 목이 밑에 붙어 있고 주둥이는 밖으로 굽어 약간 벌어져 있다.
지금까지 식기의 종류를 재래식 용기를 중심으로 하여 용도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식기상황은 재료나 형태면에서 위에서 살핀 것보다 훨씬 다양화되어 있고 서양화되어 있다.
재료면에서는 알루미늄·플라스틱·스테인리스 스틸·파이렉스 글라스·크리스탈 글라스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문양은 꽃이나 동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요즈음에 와서 다시 전통성이 강조되면서, 운치 있고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기·유리·목기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