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벌의 종류는 다양하다. 때로는 대홍수나 대지진과 같은 우주 지구의 큰 변이에서 작은 실수에 이르는, 규모와 특질의 차이가 매우 넓고 크다. 흔히 ‘탈이 난다’고 하는 ‘ 탈’은 넓은 의미의 종교 주술적 재앙을 말한다.
신성을 무시하거나 종교 주술적 금기를 어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것을 ‘탓’이라고 한다면 탈은 그 종교 주술적 결과를 말한다. 예컨대 ‘조상 탓’으로 탈이 날 수 있다. 그러나 탓은 현실적 맥락에서도 사용되지만 탈은 종교 주술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점이 다르다. 탈의 개념에는 기계적(mechanistic)인 것과 신앙적인 것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즉, 기계적인 ‘탈’은 어떤 규칙이나 금기를 어겼을 때 자동적이며 기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신앙적인 ‘탈’은 신의 의사를 따라 심리적 맥락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묘 자리를 잘못 썼을 경우와 ‘ 손’이 있는 방향으로 못질을 하였을 경우에는 죽은 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동적 · 기계적으로 탈이 발생하지만 신을 무시하거나 신의를 거역하였을 때 신이 재앙을 내리는 탈이 난다.
‘ 동티[動土]’는 비교적 좁은 의미의 탈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장승이나 신목을 벤 사람에게 발생하는 따위의 탈이다. 이러한 메커니스틱한 탈을 ‘동티’라고 한다면, 신의 의사에 따라 내려지려는 탈을 ‘신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나타나는 현상은 ‘탈’이라는 비슷한 것으로, 질병이나 기타 재앙이다.
‘탈’를 다스리는 방법은 점을 쳐서 원인을 알아내어 대처하는 것이다. 대개 전자의 ‘탈’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것을 바로잡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주술 종교적인 방법을 취한다. 후자의 치료에서, 즉 강한 신의 신벌에 대해서는 용서를 빌고 달래고 기쁘게 하는 ‘ 굿’을 하지만 약한 잡귀의 경우에는 몸에 붙은 잡귀 등을 제거하는 ‘ 푸닥거리’와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 민간신앙은 특히 이와 같은 신의 ‘탈’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확대하여볼 때 이러한 신벌의 두려움은 모든 종교에 공통되는 요소이고 종교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