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약초를 캘 수 있는 지역은 주로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지리산 등 산악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약초 채집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심마니는 ‘심메마니’라고 부르며, 주로 산삼을 캐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로 심꾼, 삼꾼, 삼메꾼, 채삼인, 산척 등이 있다. 심마니는 전업 심마니와 부업 심마니로 나눌 수 있다. 전업 심마니지만 자기가 손수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농토를 가지고 가지 있는 것은 부업 심마니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심마니들의 생활은 산촌인들의 생활과 다를 바 없으나 이들이 입산날을 받으면 그때부터 달라진다.
심마니가 입산하는 시기는 눈이 녹기 시작하는 3월 중순부터 초겨울까지의 약 9개월간이다. 가장 좋은 시기는 처서(處暑)에서부터 입동(立冬)을 전후한 기간인데, 이 기간 동안에 캔 산삼이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한다. 입산날이 결정되면 그날부터 대문에는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아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 집안에서는 개나 닭 등을 살생해서는 안 되고, 상갓집이나 제삿집, 잔칫집 등에 가지 않으며, 상주를 만나는 것도 피하고 개나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 심지어는 말다툼이나 물건값의 흥정을 하지 않고 말하는 것도 가린다. 그리고 사람이나 짐승의 시체를 비롯한 죽음을 목격해서도 안 되고, 부부 간의 잠자리도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산신이 여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어 부녀자의 월경대를 은밀히 차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만약에 금기 기간 중 금기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그 달이 다 지난 뒤 다음 달이 오면 다시 택일하여 금기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금기는 산삼이 영초이기 때문에 부정한 몸에는 보이지 않고, 또 부정한 몸으로 입산하면 산신의 노여움을 받는다는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심마니는 3, 5, 7인 등으로 구성되나 부득이한 경우 배수로 편성하기도 한다. 전업 심마니들은 부업 심마니들과 동행하려 하지 않는다. 구성원은 우두머리인 어이님(어이마님)을 선정하고, 그 아래에 마니 그리고 어이님이 데리고 다니는 최연소자인 염적이마니로 구성되며, 이들은 어이님의 지휘에 따라 입산하기 전의 금기 수칙을 지켜야 한다. 입산하는 날에는 목욕재계하고 행장을 차려 지정한 장소에 집합하여 출발한다.
심마니들이 입산하면 반드시 제사를 지낸다. 그 횟수는 일정치 않으며, 제사의 종류는 산신제, 성황제, 수배제, 어인선생제 등이 있다. 산신제는 거암이나 고목 또는 당집을 제단으로 삼고 있는 곳에서 새옹메라는 밥을 지어 올리고, 정성껏 축원고사를 올린다.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불을 피워 향을 사르고 수저를 향불에 쬐인 뒤 비로소 새옹 뚜껑을 열어 한가운데다 숟가락을 꽂고 4배를 한다. 그리고 다시 고사를 올린 뒤 다시 4배를 올리고 소지를 두 번 올린다. 첫 번째의 소지는 산신의 감응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채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소지가 공중으로 높이 잘 오르면 산신이 감응한 것이고, 잘 오르지 않으면 감응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소지가 끝나면 4배하고 산신제를 마친다. 입산 때의 제사는 산신제 하나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으나, 산제단 옆에 서낭당을 만들어 산신제와 같은 방식으로 서낭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어서 수배제를 지내고, 같은 장소에서 어인선생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제물은 산신제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축원고사만 다르다. 제물 가운데 밥은 잡곡을 섞지 않은 흰쌀로만 짓고, 이 음식을 먹고 제단 주변에서 낮잠을 잔다. 그것은 산신의 계시를 통해 산삼을 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선몽을 꿈꾸기 위함이다.
심마니들은 입산하기 전 집에서 나올 때 가족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입산 후 화전민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갈 때도 주인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모둠(막사) 생활과 산중 생활을 할 때도 지켜진다. 산에서 동료들에게 자기 위치를 알릴 때도 말로 하지 않고 ‘마대’라는 막대기로 쳐서 알리면 듣는 사람도 역시 마대로 나무를 두들겨 응답한다. 그리고 산중에서 서로 모르는 심마니들을 만나도 이름을 대지 않고 성과 출신 지명만 알리는 것이 고작이고, 그 외에는 어떠한 경우든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심마니가 산중에서 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라고 소리친다. 이 때 주변의 심마니들은 심을 본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 처음 본 사람이 그 주변 일대를 두루두루 살피고, 삼을 캘 적에는 ‘캔다’ 혹은 ‘파낸다’라고 하지 않고 ‘돋운다’고 하며,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판다. 산삼을 캔 뒤에는 그 삼을 판 돈의 일부로 돼지나 소머리를 사서 부근 계곡에다가 제단을 차려 놓고 산신령님께 정성껏 제사를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