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신장(十二神將) 또는 십이신왕(十二神王)이라고도 한다. 『약사경(藥師經)』을 외우는 불교인을 지키는 신장(神將)이다. 이들은 열두 방위(方位)에 맞추어서 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쥐·소 등의 얼굴 모습을 가지며 몸은 사람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도교(道敎)의 방위신앙에서 강한 영향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십이지신앙은 약사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선덕여왕 때 이미 밀본법사(密本法師)가 『약사경』을 읽어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김유신(金庾信) 장군도 『약사경』을 호지(護持)하는 이인(異人)과 교분을 나누었다.
이 십이지신앙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밀교의 영향으로 호국적 성격을 지녔으나, 삼국통일 이후는 단순한 방위신으로서 그 신격이 변모해 갔다. 즉, 탑을 만들 때 그 기단부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하였는데, 경주 원원사지(遠願寺址)에 있는 삼층석탑은 그 효시가 되고 있다. 조형예술로서 십이지신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원원사탑이 건립된 8세기 중반 경덕왕 때의 일이다. 이것은 탑이 불교 건축에서 구심점으로 인식된 삼국통일 후의 일반적 경향에 따른 창출물이었다.
삼국통일 전에는 단순히 탑의 옥개(屋蓋)에 변화를 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경덕왕 이후에는 탑에 사천왕(四天王)·십이지신상 등을 부조(浮彫)하는 기법이 성행하였다. 이것은 능묘(陵墓)의 호석(護石)에도 영향을 주어 구릉형(丘陵形)의 무덤 밑부분을 원형으로 돌리고 각각 십이지신상을 안치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전김유신묘(傳金庾信墓)·전진덕여왕릉(傳眞德女王陵)·경덕왕릉·방형분(方形墳)·헌강왕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