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을 어길 때는 즉시 보살의 자격이 상실되는 기본적인 계율이므로 십중대계(十重大戒)라고도 한다. 『범망경(梵網經)』에 근거를 둔 계율로서 대승불교권에 속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출가 및 재가의 모든 불제자들이 보살의 삶을 살기 위해서 이 계를 받는다. 『범망경』에서는 이 계의 구체적인 내용만을 설하였을 뿐, 계명(戒名)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보살은 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을 건져야 하며, 방자한 마음으로 생명을 죽이거나 생명을 죽이도록 시켜서는 안 된다[不殺生]. ② 한개의 바늘이나 한 포기 풀이라도 훔치거나 남에게 훔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不偸盜]. ③ 스스로 음탕하거나 또는 음탕할 것을 남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不婬]. ④ 거짓말을 하거나 남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켜서는 안 된다[不妄語].
⑤ 술을 팔거나 또는 팔 것을 남에게 가르쳐서 음주 때문에 중생의 마음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不酤酒]. ⑥ 모든 사람의 죄과를 발설하거나 그렇게 하기를 남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不說四衆過]. ⑦ 부당하게 자기 자신을 높이고 남의 훌륭한 일을 숨기고 깎아내리고 헐뜯기를 스스로 하거나 또는 그렇게 하기를 시켜서는 안 된다[不自讚毁他].
⑧ 빈곤한 사람이 찾아와서 그 소원에 따라 얻으려 할 때 아낌없이 주어야 하거늘 오히려 업신여기고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기를 스스로 하거나 이를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不慳惜加毁]. ⑨ 마땅히 자비심을 가지고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사람을 미워하여 용서하지 않거나 그렇게 하기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不瞋心不受悔]. ⑩ 스스로 불(佛)·법(法)·승(僧) 3보를 비방하거나 남에게 그렇게 하기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不謗三寶].
이 십중계에 대해서는 신라의 고승인 원효(元曉)·의적(義寂)·승장(勝莊)·대현(大賢) 등이 깊이 연구하였고 열 가지 계목 중 핵심이 어느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원효는 ⑦ 자찬훼타에 가장 힘을 기울였고, 의적은 앞의 ①에서 ④까지를, 대현은 ⑦에서 ⑩의 4계를 핵심으로 보았다.
특히, 원효는 십중계 중 어느 1계만 범하였을 경우 그 1계만 상실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중국 법상종(法相宗)에서 1계만 범하여도 나머지 9계는 자동적으로 모두 상실하게 된다고 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독창적인 주장이다.
또, 이와는 달리 밀교 계통(密敎系統)의 종파에서 유통되는 십중대계도 있다. ① 정법(正法)을 버리지 말라, ② 보리심(菩提心)을 버리지 말라, ③ 일체법에 간탐심을 내지 말라, ④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라, ⑤ 삼승교법(三乘敎法)을 훼방하지 말라, ⑥ 일체법에 아끼는 마음을 내지 말라, ⑦ 인과(因果)의 도리를 무시하는 사견을 가지지 말라, ⑧ 큰 보리심을 일으켜서 물러서지 말라, ⑨ 근거에 따라 설법하라, ⑩ 항상 보시(布施)를 행하라 등이다.
이는 어떠한 행위보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더 중시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범망경』의 십중계가 보편화되어 있고, 밀교계의 십중대계는 진언종·진각종 등 일부 종파에서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