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티베트지방에서는 아귀를 ‘죽은 이’를 지칭하여 사용하였고, 중국어로 번역할 때 귀신이라고 하였다. 그 개념은 다분히 중국적인 것으로서 죽은 이의 영(靈)을 뜻한다. 인도인들은 선조의 영혼을 보살피지 않으면 스스로 귀계(鬼界)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다고 믿었는데, 그와 같은 민간신앙이 중국으로의 굴절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르게 되었다.
인도 신화에 의하면 인간으로서 최초의 죽음을 받은 이를 야마(ya-ma)라고 한다. 그는 겁초(劫初)에 명부(冥府)의 길을 연 사람으로서 그 죽음의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 되었다. 그 세계를 염마왕계(閻魔王界)라 하고, 그곳에 사는 백성들을 아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육도 가운데 지옥·축생과 함께 삼악도(三惡道)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그곳에 태어나는 원인은 간탐(慳貪)과 어리석음(愚癡)인데, 그들이 당하는 고통 가운데 가장 극심한 것은 배고픔과 목마름이라고 한다. 불가(佛家)의 속전(俗傳)에 따르면 아귀는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처럼 좁기 때문에 늘 배고픔의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찰에서 바루공양(鉢盂供養)을 한 뒤 청수(淸水)를 늘 마당의 돌 위에 버리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아귀의 고통을 없앤다는 목적이 있다. 살아 있을 때의 식탐 때문에 받는 고통이라고 하여, 특히 탱화나 지옥도(地獄圖) 등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며, 지옥 광경을 묘사한 탱화에는 흔히 장발(長髮)에 험상궂은 형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