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뢰야식은 근원적 마음바탕이기 때문에 그로 말미암아 깨끗하고, 더러운 세계를 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부증불감경(不增不減經)』·『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고, 후대에 유식종(唯識宗)·화엄종(華嚴宗) 등에서 강조하였다.
신라의 원효(元曉)는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마음이 생긴 즉 만물이 생겨나고, 마음이 없어진 즉 만물이 없어진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種種法滅).”고 하였다. 그때의 마음은 우리들의 물질적 세계인 기세간(器世間)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 그 마음의 근저가 바로 아뢰야식이기 때문에 우주 만유의 전개를 이 아뢰야식으로 설명하는 사고(思考)이다.
그러나 전통교학(傳統敎學)의 입장은 사물에 대한 본질적 해석에 입각하기 때문에 이른바 『화엄경』의 진여연기론(眞如緣起論)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아뢰야식연기론은 진여를 본체로 보는 점은 같으나, 그 진여에 즉(卽)하지 않은 가유(假有)의 세계를 인정하는 점이 상이하다. 이와 같은 사상경향은 의상(義湘)의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 잘 나타나 있다.
즉,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 이사명연무분별(理事溟然無分別) 등의 법구(法句)는 이 현상과 본질의 상관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한 것이다. 즉, 진여의 세계와 현상적 세계를 이루는 근본이 우리들 마음이라는 불교유심론이다. 아뢰야식 자체는 선악을 포용하는 무기성(無記性)이기 때문에 그 진여적 작용이 바로 진여의 세계를 낳고, 생멸적 작용은 세속의 근원이 된다고 본다.
철학적으로는 용수(龍樹)의 진속원융론(眞俗圓融論)에 입각하여 있으며, 실천적으로는 『화엄경』의 이사무애론(理事無碍論)을 따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원효·의상 등은 이 아뢰야식연기론을 실천적으로 수용한 승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