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안빙몽유록」은 꽃을 의인화한 몽유소설이다. 모란을 임금이라 하고 다른 꽃들은 임금 주위의 남녀라 하여, 가전체 수법을 사용하였다. 안빙이라는 서생이 별장에서 시를 읊고 노닐며 잠이 들었다가 꽃 나라에 가서 놀면서 시연에 참여하였다가 깨어난다는 내용이다. 『기재기이(企齋記異)』에 실린 네 편의 한문단편 중의 하나로, 꽃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상징화하였다.
과거에 여러 번 응시하였으나 낙방한 서생 안빙(安憑)은 별장에서 한거(閑居)하며 시를 읊고 노닐었다. 그러다가 늦봄 정취에 젖어 늙은 괴화나무에 기대어 괴안국 이야기가 헛된 것임을 독백하다가 잠이 든다.
안빙은 꿈속에서 나비에게 인도되어 한 동네 어귀로 들어가 파란 옷을 입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따라 인간 세상이 아닌 듯한 곳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두 시녀가 안생을 맞이한다.
안빙은 요(堯)의 맏아들인 단주(丹朱)의 후손이 다스리는 조원전(朝元殿)에 들어서게 된다. 안빙은 들어가다가 선악(仙樂)과 함께 수백 명의 시녀가 꽃가마로 모시고 나온 여왕을 보고 인사를 한다.
여왕도 답례하고 이부인과 반희(班姬)를 불러오라 이른다. 이때에 문밖이 떠들썩하며 조래선생(徂徠先生) · 수양처사(首陽處士) · 동리은일(東籬隱逸) 등이 나타나 여왕에게 배알한다. 그리고 모두 안빙을 보고 반가워한다. 이때에 이부인이 여왕에게 아뢰어 옥비(玉妃)를 불러 같이 놀자고 한다.
옥비와 같이 부용성주(芙蓉城主) 주씨(周氏)가 도착한다. 성대한 잔치가 벌어진다. 안빙은 아직 먹어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들을 들면서 수십 명이 연주하는 풍악과 춤을 감상한다. 또, 여왕은 아름다운 기약은 막히기 쉽고 좋은 일은 또 있기 어려우니 시편을 각각 지어 서운함을 풀자고 제안한다. 좌중은 돌아가면서 한 곡씩 노래한다.
옥비가 먼저 노래를 불렀다. 여왕은 이 노래를 듣고 슬퍼하며 칠언율시를 지어 보이며 안빙에게 화답하라 한다. 안빙이 화답하고 나서 주씨에게 차례를 넘긴다. 주씨는 조래선생에게, 조래선생은 수양처사에게, 수양처사는 동리은일에게 넘긴다.
술잔이 한 차례 돌아간 뒤에 안빙이 물러갈 뜻을 고한다. 여왕은 이부인과 반희에게 가무로 전송하도록 하고 또 많은 선물을 준다.
안빙이 문을 나오자 한 미인이 절을 하며 개원말(開元末)에 양비(楊妃)에게 죄를 얻어 아직 승당(升堂)하지 못하였노라 말한다. 갑자기 땅이 깨지는 듯한 뇌성을 듣고 안빙은 눈을 뜨게 된다. 깨어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사물을 의인화해서 사건을 진행하는 것은 일반 가전체소설과 같다. 그러나 몽유록의 내용이 너무 구태스럽다. 따라서 새로운 내용이나 형태의 변화 등을 모색하고 있지 않다. 가전형식의 몽유록의 한계를 탈피하지 못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