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周書)』 이역전(異域傳) 백제조에 의하면 “왕의 성은 부여씨(夫餘氏)이고 이름은 ‘어라하’라 하는데 백성은 ‘건길지(鞬吉支)’라고 부른다. 이것은 중국말로 왕과 같다. 처는 ‘어륙(於陸)’이라 하는데 중국어로 비(妃)가 된다.”고 하였다.
이 구절은 부여계 언어와 한계(韓系) 토착언어와의 차이를 단적으로 말하여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어느 시기나 지배층의 용어와 일반민의 용어에는 큰 차이가 있었던 만큼, 이 구절을 부여계 언어와 백제 토착언어와의 언어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어라하’의 ‘어라’는 ‘대(大)’를 뜻하는 ‘엄니’·‘욱리’·‘아리’와 관련 있으며, ‘하’는 부여·고구려에서 족장을 가리키는 ‘가(加)’와 관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할 때 ‘어라하’는 애초 ‘대족장(大族長)’의 의미에서 기원하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