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박애와 사랑의 상징으로 백합화를 표현하는 것과 같이, 불교에서는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상징하는 연꽃이 조형화되었다. 연화문 형식은 이집트 · 그리스 · 메소포타미아 · 인도 등 고대문명권을 중심으로 신화적 종교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다시 불교에서 쓰이게 되는데, 그 신화적 종교와 불교에서의 연꽃은 공통된 상징적 흐름을 보여준다.
≪대일경소 大日經疏≫ 제15에서는 서방(西方)의 연화에 대하여 다섯 가지 종류를 말하고 있다. 즉, 발두마화(鉢頭摩華, padma) · 우발라화(優鉢羅華, utpla) · 이로발라화(泥盧鉢羅華, nilotpala) · 구물다화(拘勿頭華, kumuda) · 분다리가화(芬茶利迦華, pundarika) 등이다. 대개 이 가운데 발두마화를 연화라 번역하고 있는데, 즉 홍련화(紅蓮花)로서 적색과 백색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우발라화는 수련(睡蓮)으로 역시 적 · 백의 두 종류가 있고, 이로발라화는 청련화(靑蓮花), 구물다화는 지희화(地喜花)라 번역되며 역시 적 · 백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여러 문명 발생 지역에서 각기 신앙적인 대상으로 연화문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설에 따르면, 대체로 연화문의 기원은 동양에 두고 있으나 장식 문양으로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의 로터스(lotus) 장식법에서라고 보며, 그 원동력은 태양숭배사상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제4왕조 카프레(Knafre, 서기전 2900∼2750)의 조각상에 통일 이집트의 상징인 파피루스와 연화가 새겨진 왕좌가 있음을 볼 때, 이집트에서는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 이미 국가의 상징으로, 즉 상대(上代) 이집트의 표상으로 연화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인도계에서 보면, 서기전 1500년경에 침입자 아리아(Arya)민족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는 ≪리그 베다 Rig Veda≫의 성립 이전에 이미 백련화(白蓮花)가 선주민 사이에 신격화되었고, 지모신(地母神)의 성격으로 찬양받아 왔다고 한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의 유적과 기록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인도에서는 신화를 통하여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발생적 시원을 구체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연화문은 베다문화시대 이후에 이르러서야 힌두교와 불교에서 사상적으로 비유 또는 상징되어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 연화에 대한 기록이 쓰인 가장 오랜 문헌인 ≪리그 베다≫에서는 인간의 심장과 8엽연화를 비유하고 있다. 또한, 인도의 가장 오랜 문헌인 ≪브라하다라니아카 우파니샤드 Brahadararanyaka Upanisad≫에서는 연꽃을 마음에 비유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와 인도의 연화에 대한 상징성을 비교하여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점이 있는데, 다같이 물 · 태양 · 연꽃의 필연적인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연꽃과 태양신을 연관시키고 있는 이유는 태양이 동쪽에서 뜨면 동시에 연꽃잎도 피고, 서쪽으로 지면 동시에 연꽃잎도 오므라드는 것에서 착상한 것으로, 이것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연꽃이 재생하는 것을 상징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즉, 한대(漢代) 화상석(畫像石)에 새겨진 일월상도(日月像圖)에서는 해와 달을 표현한 삼족오(三足烏)와 두꺼비가 들어 있는 각 원곽의 둘레에 8엽연화가 표현되고 있고, 또 중국을 비롯하여 한국^일본의 고대 와당(瓦當) 등이 연화로 꾸며진 것이 대부분인 것은 고대 인도에서의 전법륜(轉法輪)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교적인 조형물에서는 다양한 연화문 형식이 나타난다. 그 의미에 대해서 ≪무량수경 無量壽經≫에서는 극락세계에 태어난다는 것은 연꽃 속에서 화생(化生)하는 것을 뜻하고 있는데, 일념으로 부처의 세계에서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상 · 중 · 하의 세 가지가 있음을 설하고, 그중 상배자(上輩者)는 “부처님을 따라 극락세계에 태어나 칠보(七寶)로 된 연꽃 가운데 화생하여 지혜가 용맹하고 신통이 자재하게 된다.”고 하였으며, 또 “화생이란 만약 중생들 중에서 분명하게 부처님의 뛰어난 지혜를 믿고 칠보로 된 연꽃 속에 저절로 화작(化作)하여 태어나 연화대(蓮花臺) 위에 가부좌(跏趺坐)하게 된다.”라고 하였다.
또, ≪아미타경 阿彌陀經≫에는 극락의 장엄이 연꽃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극락정토는 연꽃으로 이루어진 부처의 세계를 의미하고 있다. ≪화엄경 華嚴經≫에서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상을 말하고 있는데, “세계의 맨 밑에 풍륜(風輪)이 있고, 풍륜 위에 향수해(香水海)가 있는데, 이 향수해 중에서 큰 연화가 나고 그 속에 연화장세계가 있어서 사방이 평평하고 깨끗하고 견고하며, 금강륜산(金剛輪山)이 세계를 둘렀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 미술에서 연화문이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구체적인 예로는 고구려, 백제 등 고대 건물지에서 발견된 와당의 연화문 등을 말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 신석기시대 유물인 채문토기의 어깨 부분에 연꽃에 가까운 꽃무늬를 굵은 적색으로 그려넣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다양한 연화문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또한 그 영향을 받은 백제의 부여능산리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 7세기 이후의 각종 불상에서는 각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는 연꽃무늬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북위(北魏)의 운강(雲岡) · 돈황(敦煌) 등의 석굴과 북제(北齊) 말엽의 불상 광배 등의 연화문형식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미술의 연화문은 판단(瓣端)이 뽀족하여 날카롭고 강직하게 보이지만, 백제미술에서는 온화하고 완만하며, 이에 비해서 신라의 것은 우아하고 장식적인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그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여러 분야에서 특성 있게 쓰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