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의 구준(丘濬)이 지은 『오륜전비기』를 언해한 책으로 언해과정은 매우 복잡하였다.
당시의 역관(譯官)들이 중국어교습서로 쓰던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직해소학(直解小學)』 중에서 『직해소학』을 제외하고, 문체와 내용이 다양하면서도 현실적인 『오륜전비기』를 채택하였는데, 1696년(숙종 22)에 사역원에서 언해에 착수하였으나 실패하였다.
1709년에 교회청(敎誨廳)에서 다시 시도하였지만 이루지 못하다가, 영의정 김창집(金昌集)의 독려로 그 간의 잘못된 것을 수정·보완하여 1720년에 완성하였다.
언해기간은 무려 24년이 걸렸고 교수자(校修者)만도 10여 명이었으며, 인용된 서목은 중국과 한국의 것으로 234종이나 되어 이 책의 언해와 주석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한가를 알 수 있다.
8권 5책. 목판본. 현존하는 『오륜전비언해』는 세 질이 알려져 있는데 모두 규장각 도서에 소장되어 있다. 아세아문화사에서 1982년에 영인하여 간행하였고, 1988년에는 대제각에서 『동몽선습언해』와 함께 『국어국문학 총림』22로 영인하였고, 1997년에는 홍문각에서 영인하였다.
‘서문·범례·인용서목(引用書目)·본문’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자음의 표기법이 『사성통해(四聲通解)』의 것을 따랐으면서도 시대적인 변천에 따라 수정되었고, 각 한자마다 오른쪽에 지역성과 시대성을 띤 현실적인 속음(俗音)을 달아놓았으며, 왼쪽에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규범적인 것으로서 청탁칠음(淸濁七音)의 정음(正音)을 달아놓은 점 등이 특히 주목된다.
현실음과 규범적인 정음을 모두 달고 시대 변화에 따라 수정한 점 등을 볼 때, 이 책이 현실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은 대화형식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희곡적 성격을 띠고 있어 비교적 생생한 문체의 모습을 보인다.
주요 내용은 중국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두 아들인 오륜비(伍倫備)·오륜전(伍倫全) 형제의 성장과정을 그린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삼강오륜을 실천하면서, 벼슬과 영화를 누리다가 귀향하는 교화적이면서 도덕수신의 성격을 보인다.
다른 근대국어 문헌자료들과 비슷하게 어두 된소리 표기는 ‘ㅅ’계, ‘ㅂ’계 합용병서와 각자병서(‘ㄸ, ㅃ, ㅆ’)가 혼용되어 쓰인다. 구개음화된 어형들이 발견될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교정된 어형들도 나타나며, ‘ㆍ’가 비음운화된 예도 제1음절 위치와 제2음절 위치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주격조사 ‘-가’가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모두 반모음 ‘j’ 뒤에서 출현한다. 이것은 ‘-가’의 출현 초기의 모습과 유사한데 16~17세기 ‘-가’의 분포와 일치하는 것이다. 대화체 문장으로 구성되었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많은 양의 어휘와 장면 중심으로 대화체 문장들이 제시되어 있어 18세기 국어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 가치 있는 자료이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구개음화나 ‘ㆍ’의 비음운화와 같이 공고하게 안착된 변화는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또한 용법의 혼란을 보이는 형식들이 발견되거나 독특한 어형들이 발견되어 당대의 고유어 어휘는 물론 차용어 연구에도 이용된다.
한자음에 대해서도 정음과 속음을 모두 제시하여 당대의 한자음을 연구하고, 또 당시 국어 어휘의 소릿값을 재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