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연혁도(五服沿革圖)』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정구(鄭逑)가 역대 상복 제도의 연혁을 살펴 편찬한 예법에 관한 책이다. 35개의 도식 가운데 32개는 『의례경전통해』의 「의례상복도식」에 수록된 것을 기반으로 수정·보완한 것이고, 13개는 새롭게 작성하여 구성한 것이다. 『의례경전통해』로 대표되는 옛 예법의 원형과 정신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시대에 알맞은 예제(禮制)를 정립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구체화된 저술이다.
1책의 목판본이다.
이 책은 「의례상복도식 · 오복도」의 18개 도식 전체와 도식 없이 설명만 있던 1개를 도식화하고 「의례상복도식 · 오복식(五服式)」에 수록되어 있던 1개의 도식을 옮겨 개정과 보완을 거쳐 재수록했다. 또한 『가례』(「가례도」)에만 있는 「삼부팔모복도(三父八母服圖)」에서 삼부(三父)에 해당하는 계부(繼父) 관련 내용과 팔모(八母)에 해당하는 내용을 「계부복도(繼父服圖)」와 「십모복도(十母服圖)」로 분리 · 개정하여 재수록했다. 여기에 13개의 도식을 새롭게 작성하여 총 35개의 복제 관련 도식을 수록하였다. 35개의 복제 도식은 첫째, ‘군신 관련 복제 도식’, 둘째, ‘본종 관련 복제 도식’, 셋째, ‘위인후자(爲人後者) · 출가녀(出嫁女) 관련 복제 도식’, 넷째, ‘모당(母黨) · 부당(夫黨) · 처당(妻黨) 관련 복제 도식’과 다섯째, 기타에 해당하는 ‘첩(妾) · 계부십모(繼父十母) · 상복(殤服) · 동자복(童子服) · 사우복(師友服) 등의 복제 도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도에서 제7도까지는 군신 관련 도식이다. 이에는 ① 천자와 제후가 정통(正統)의 친족과 방계의 친족의 기년복에 대해 하는 복제 도식, ② 군주가 신하를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③ 신하가 군주를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④ 군주가 복을 하는 대상에 대해 신하도 따라서 복을 할 때의 복제 도식, ⑤ 제후의 첩자인 공자(公子)와 관련된 복제 도식, ⑥ 군현의 관리가 수령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⑦ 대부가 자기의 친족에 대한 복을 낮추거나 낮추지 않는 경우를 나타낸 복제 도식이 포함된다. 본종 관련 복제 도식은 제8도 내가 본종의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이다.
위인후자(爲人後者) · 출가녀(出嫁女) 관련 복제 도식은 제9도에서 제15도까지 7개이다. ① 다른 사람의 후사가 된 사람이 자기의 본종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② 본종의 친족들이 다른 사람의 후사가 된 사람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③ 다른 사람의 후사가 된 사람의 처가 남편의 본종에 대해 하는 복제 도식, ④ 시집간 딸이 자신의 본종에 대해 하는 복제 도식, ⑤ 내가 시집간 고모 · 자매 · 딸 · 손녀를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⑥ 고모 · 자매 · 딸 및 내형제와 외형제가 서로 되갚아주는 복제 도식, ⑦ 남자와 여자가 대종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이다.
모당(母黨) · 부당(夫黨) · 처당(妻黨) 관련 복제 도식은 제16도에서 제21도까지 6개이다. ① 내가 어머니의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② 어머니의 친족이 나를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③ 처가 남편의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④ 처가 남편의 외가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⑤ 내가 처의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⑥ 처의 친족이 나를 위해 하는 복제 도식이다.
기타 복제 도식에는 첩과 관련된 ① 첩이 남편의 친족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② 첩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③ 첩의 자식이 하는 복제 도식, ④ 서자로서 다른 사람의 후사가 된 사람이 자신의 사친(私親)을 위해 하는 복제 도식, ⑤ 계부에 대한 복제 도식, ⑥ 십모(十母)에 대한 복제 도식, ⑦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은 친족에 대한 복제 도식, ⑧ 성인이 되지 않은 동자가 친족에 대해 하는 복제 도식, ⑨ 스승과 친우에 대한 복제 도식, ⑩ 상복을 하는 때를 놓치고 뒤늦게 할 때의 복제 도식, ⑪ 복이 없는 대상에 대해 곡위를 마련하여 곡할 때의 복제 도식, ⑫ 조문을 할 때의 복제 도식, ⑬ 상복을 결정하는 원칙에 대한 도식, ⑭ 개장(改葬)을 할 때의 복제 도식 등 14개의 도식이 포함된다.
16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되는 민간 의례 연구는 조선시대의 풍속을 반영하여 『가례』를 현지화하는 동시에, 옛 예법의 정신에 따라 『가례』를 보완하는 공통된 양상으로 진행된다. 후자의 양상은 『의례경전통해』의 수입과 간행, 그리고 확산을 통해 각성된 문제 의식에 기반한 것이다. 그 점에서 정구의 『오복연혁도』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조선 최초의 저술이다. 『오복연혁도』에 복제(服制)라는 단일한 주제로 35개의 도식을 수록한 것과 군주에 대한 신하의 복제는 물론 신하에 대한 군주의 복제까지를 포함하여 다양하게 도식화한 것은 『의례경전통해』의 문제의식을 계승한 것으로, 중국은 물론 조선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오복연혁도』는 『의례경전통해』의 도식들을 원본 그대로 준수한 것이 아닌 개정과 보완이라는 가공 작업을 거쳐 재수록함으로써 『의례경전통해』를 성찰적으로 계승한다. 이처럼 이 책은 『가례』의 숭배라는 제한된 시각을 벗어나, 『의례경전통해』로 표상되는 옛 예법의 원형과 정신에 대한 해석의 긴 역사를 기반으로 예제를 정립해야 한다는 정구의 문제 의식이 구체화된 저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