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연대 미상의 신소설. 국문활자본. 경성에 사는 유통정은 나이 50이 되어서야 금주라는 무남독녀를 얻어 애지중지 키웠다.
어느 해 사월 초파일 밤 딸과 함께 등불 구경을 나갔는데, 장안의 갑부 주 감리의 아들인 한량 막동이 금주의 미모가 탐이 나서 친구들을 시켜 납치하여다가 겁탈을 시도하나 실패한다. 막동은 금주를 돌려보내고 나서 다른 유부녀를 겁탈하였다가 탄로나 경찰서에 끌려간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탈옥한 막동은 이탈리아로 피신을 하는데, 거기서 선진 문물들을 접함에 따라 지난날의 생활을 반성하여 완전한 새사람이 된다.
한편, 주 감리는 유통정 집과 혼약을 맺고 막동에게 연락하니 막동은 곧 귀국하여 금주와 혼인할 채비를 한다. 하지만 금주는 과거의 행실을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다. 막동은 자신의 잘못을 백배사죄하는 한편,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 금주의 마음을 돌이키려 애쓴다.
마침내 금주는 막동을 맞아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탈리아라는 낯선 나라를 작품 배경에 도입하여 그 나라의 풍물, 역사, 선진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견문을 넓히고 개화의식을 고취하고자 하는 일종의 계몽소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작품 도처에 개화기의 풍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개화의식의 실천으로써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작품의 구성면에서는 몇 가지 시대적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다. 즉, 사건 전개가 필연성을 결한 채 작자 임의대로 조작되고 있어 사실성을 약화시키고 있는 점, 등장인물이 유형화되어 있어 생동감을 느끼기 어려운 점 등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이 다른 일련의 개화기 소설들과 구별되는 것은 주인공의 변화가 타인의 도움이 아닌 주체적인 각성으로 이루어지게 하고 있어 보다 능동적인 인물로 그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