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초기에 변영만(卞榮晩)이 지은 글. ≪산강재문초 山康齋文鈔≫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은 죽음에 대한 원론(原論)으로서, 인생은 모두 한번 죽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사무족비(死無足悲)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이 글에서 저자는 “열매가 장차 맺으려면 꽃은 지는 것이요, 싹이 장차 트려면 씨는 반드시 땅에 묻혀야 한다. 가을에 누런 잎이 떨어지지 않으면 봄에 연한 가지가 나지 않는 법이니, 먼저 어두운 밤이 있어야만 아침 햇빛이 찬란히 빛나는 법이다.
사람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선배들이 죽어가야만 후생들이 그 뒤를 계승하며 서로 바뀌어 일어나야만 세상 일이 이루어지고 변화가 생기는 것이니, 이렇게 본다면 죽는 것이 족히 슬플 것이 없다…….” 하였다.
그리고 다시 결론에 가서, “대체로 대인은 도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터럭(털)이나 살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때문에 자기 몸이 죽는다는 것을 근심하지 않고 후생들의 발전만을 바라고 있다. 7척도 못 되는 몸을 가지고 제때에 났다가 제때에 죽는 것인데, 천지 사이에 가득찬 사람이 어찌 한번 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죽음이 없기를 바라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소인이나 하는 짓이다. 이렇게 본다면 죽는 것을 족히 슬퍼할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이 글에서 저자는 죽음에 대한 철학을 말하였는데, 한번 났다가 한번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다만 옳게 살다가 가도록 힘쓸 것이요, 죽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