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고려시대 이래로 이러한 한국적인 풍경 소재가 나전칠기(螺鈿漆器)를 비롯하여 청동은입사(靑銅銀入絲)·청자상감 문양(靑磁象嵌紋樣)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 태조는 불교를 종교로 숭앙하는 동시에 나라를 다스리는 길을 유교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국운이 융성하고 문화가 발달하였으며, 또한 문(文)을 숭상하는 풍조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풍경화적 문양 소재는 그 시대적인 배경에 따른 문인 사대부들의 사유관(思惟觀)을 반영하고 있다.
스산한 바람이 일어 흔들리는 갈대 숲 사이에 들오리들이 쌍쌍이 헤엄치고 놀고 있는 정경은, 한국의 가을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이 시정에 넘치는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이 담담하고 소박한 문양은 청자의 맑고 푸른 빛깔과 어우러지면서, 또 은입사의 선조(線條)로 표현되어 유장(悠長)하고 풍아(風雅)하던 고려 상류사회의 본바탕을, 또 조촐한 민속적인 호상(好尙)을 엿보게 한다.
이러한 문양 소재가 단순한 어느 종교적 관념에서만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정신 세계는 유(儒)·불(佛)·선(仙)의 모든 요소가 포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예의 의장 요소(意匠要素)는 조선시대에 와서도 은입사·나전칠기·분청사기(粉靑沙器)·청화백자(靑華白磁)를 비롯하여 민화적 소재로 흔히 쓰여져 한국 예술의 특색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