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필사본. 이 글의 필사연대는 필사본의 다른 낱장에 부기(附記)된 간지(干支)로 보아 1779년(정조 3)으로 추정된다. 작품의 내용은 탐춘자(探春子)의 꿈 이야기로 되어 있다. 맨 끝부분에 “이 일이 가장 기괴할 쌔 기록하여 전하노라.”라고 부기한 것으로 볼 때, 작자가 스스로를 탐춘자라는 가상인물로 내세워 쓴 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작자 자신이 실제 꾼 꿈 이야기라기보다는 꿈에 가탁(假托)하여 작자가 느낀 이른 봄의 감회를 우의적(寓意的)으로 서술한 것이다.
입춘 후 15일에 탐춘자는 얼핏 든 잠결에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탐춘자는 천상의 대궐 안 옥황상제의 앞에 나아갔는데, 때마침 송사(訟事)가 벌어지고 있었다. 송사는 푸른 저고리, 노란 치마를 입은 여인(靑衣者 : 버들)과 소복담장(素服淡粧)한 여인(白衣者 : 매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청의자가 먼저 자신의 출신과 당명황(唐明皇) 시절 공을 세워 천은(天恩)을 입은 일(양귀비에게 있었던 일)을 내세웠다. 이에 백의자는 신선의 자손으로서 부귀영달을 좇지 않고 산 속에서 살았는데, 당명황 시절 딸이 궁중에 들어가 명황의 총애를 받다가 양귀비로 인하여 내침을 받아 외따로 거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매비(梅妃)에 관한 일)와 천보(天寶) 때 난리를 내게 한 양귀비의 잘못을 아뢰었다.
옥황상제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청의자에게는 당(唐)시절에 궁중을 더럽히고 나라를 어지럽힌 죄를 나무랐다. 반면 백의자에게는 청의자와 견줄 수 없는 덕이 있음을 칭찬해 주었다. 탐춘자가 몸에서 갑자기 찬바람이 일어나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버들이 곧 잎을 피우려 하고 매화 또한 피려는 모습이었다. 이는 마치 꿈속에서 본 청의자와 백의자의 다툼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작자가 봄을 기다리는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그 구성이 간결하고 재치 있다. 작자는 이른 봄의 버들과 매화가 봄을 두고 서로 시샘하는 것 같다고 하여, 버들은 양귀비로, 매화는 매비로 의인화함으로써 인정기미를 풍자하고 있다. 국사(國事)를 어지럽힌 양귀비를 벌주고, 맑은 덕으로 외따로 산 매비를 칭송하는 옥황상제의 이야기는, 작자가 이 글에 담고자 한 교훈이기도 하다. 짧은 한 편의 글이지만 한글 고전수필, 우화적인 수필로서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