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기록에는 손ᄌᆞ · 손주 · 손 · 손자로 쓰였다. 오늘날에도 ‘손주’는 사랑스럽고 귀엽게 이를 때에 흔히 쓰이고, 지방에 따라서는 사투리로 ‘손지’, 낮은말로는 ‘손자새끼’라 일컫기도 한다.
손자의 배우자는 손부(孫婦) · 손주며느리라 부른다. 『계림유사(鷄林類事)』에는 ‘손왈아촌아달(孫曰丫寸丫妲)’이라 하여 손자를 ‘아ᄎᆞᆫ아ᄃᆞᆯ’이라 한다고 하였으나, 조선조의 기록에서 ‘아ᄎᆞᆫ아ᄃᆞᆯ’은 조카, ‘아ᄎᆞᆫᄯᆞᆯ’은 조카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계림유사』의 기록이 옳다면, 고려시대에는 손자도 ‘아ᄎᆞᆫ아ᄃᆞᆯ’로 불렀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형이나 아우의 손자는 종손(從孫), 종손의 배우자는 종손부(從孫婦)라 이르고, 사촌형제의 손자는 재종손(再從孫), 재종손의 배우자는 재종손부(再從孫婦)라 일컫는다.
지난날 안채와 사랑채가 있는 가옥구조에서는, 유아기의 손자는 할아버지와 한방에서 기거하였다. 밥상도 맏손자[장손(長孫)]는 으레 할아버지와 겸상이었다. 아들사랑보다도 손자사랑이 더하다는 말과 같이, 손자를 귀여워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병기(李秉岐)의 다음 시 작품에서도 손자사랑을 볼 수 있다. “한잠 자고 나면 꿈만 시설스러웠다/이 늙은 몸에도 이게 벌써 봄 아닌가/일깨워 손주와 함께 뛰고 놀고 하였다.” 할아버지와 기거를 함께 하면서 손자는 글씨를 배우고, 『소학』을 읽고, 몸가짐 · 마음가짐 · 언행 등을 바르게 가꾸고 익혔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가문이나 인생의 봄싹으로, 퍽이나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손자에 얽힌 속담을 들어본다. ① ‘두 볼 자손 더 귀엽다.’, ‘볼’은 ‘버선에 볼을 대다.’의 ‘볼’과 같은 말이다. 이 말에서 은유한 ‘두 볼 자손’은 ‘아들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손자를 지칭한 것이다. 이 속담은 아들보다 손자가 더 귀엽다는 뜻이다.
② ‘며느리가 미우면 손자까지 밉다.’는 어떤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에 관련된 사람이나 사물까지도 공연히 미워진다는 말이다. ③ ‘물 건너 손자 죽은 사람 같다.’는 우두커니 먼 데를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다. ④ ‘손자 턱에 흰 수염 나겠다.’는 결과를 보려고 오랜 시일을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