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 1책. 필사본(筆寫本). 이 책은 박기현의 생활일기로서 친필 원고본이다. 수록 연대는 1891년(고종 28) 7월 5일부터 1903년(광무 7)까지이다.
‘일사’라 명명했으나 형식과 서술 방식에 있어 다른 일기류와 특별한 차이점은 없다. 날씨·학습내용·문병·제사 등 일상의 잡사로부터 사우관계·향촌사회의 정황·동학농민군과 관군의 동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역시 동학 관계 기록으로, 사료적 가치도 여기에 있다. 박기현은 1894년 12월 동학군이 강진·장흥 일대를 점령할 당시 박창현(朴昌鉉)·김한섭(金漢燮)과 함께 수성군을 조직해 대항한 경력이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 동학군의 동향·규모·활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장흥 지방 동학군의 조직 활동의 시점을 1894년 6월로 규정한 것은 매우 주목되는 내용이다.
한편 동학군의 확산에 따른 민심의 향배와 향촌 유림들의 대응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선상에서 수성군의 구성·규모·활동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유생층의 대응상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나아가 수성군을 포함한 관군(兵營軍)과 동학군과의 치열한 전투상황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진현 병영 전투의 상황은 물론 강진·장흥 지방의 최대 전투인 ‘석대들전투’의 전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동학에 대항한 보수 유생의 일기라는 점에서 서술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실의 의도적인 왜곡이 없으며 현장에서의 생생한 목격과 체험을 수록한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강진·장흥 일대의 동학농민운동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