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立旨)는 민인이 청원한 재산 및 권리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관에서 사실을 조사하고 공증하여 발급한 문서이다. 청원자는 물건의 분실과 같이 이미 발생한 문제를 사후 공증하거나, 향후 있을 증빙의 안전성을 담보 받기 위해서 입지를 발급받았다.
입지는 민인의 청원서에 ‘입지성급향사(立旨成給向事)’와 같이 간단한 투식의 처결을 기재하고 관인을 답인하여 교부하는 것으로 발급이 완료되었다. 별도의 문서에 작성하여 발급하는 입안(立案)과 달리 입지는 청원서가 곧 공증문서의 역할을 하는 복합문서였다.
법전에 규정된 공증문서인 입안은 복잡한 절차와 과중한 수수료인 작지(作紙)로 인해 민인들에게 부담이 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양란(兩亂)의 혼란 속에서 문서가 소실되기도 하고, 관의 공증이 없는 백문(白文) 거래가 확대되면서 입안 제도가 점차 쇠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와중에 16세기 말부터 나타난 간소화된 관의 공증문서가 입지이다.
입지의 공증력은 입안에 비하면 제한적이었다. 입안은 원본과 부본을 작성하고 후일의 증빙을 위해 원본을 관에 보관하였으나, 입지는 신청자에게 내준 것이 유일하였으므로 추후 번복되거나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입지는 형식과 절차를 간소화하여 부담을 줄이면서도 입안을 대신할 최소한의 공증력을 확보한 문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