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72행이다. 『삼족당가첩(三足堂歌帖)』과 『존재가첩(存齋歌帖)』에 수록되어 있다.
1974년 경인출판사에서 간행한 영인본 『존재전서(存齋全書)』 하권 부록편에도 수록되어 있다. 「자회가」는 제목 그대로 생전의 부모에게 불효하였던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뉘우치며 어버이를 섬기는 자식된 도리를 술회하는 사연으로서 작자가 61세 때 지은 것이다.
전체 8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제1단은 어버이가 자식을 낳아서 온갖 희생과 정성을 다하여 길러내는 부모은공(父母恩功)의 서사적(序詞的)인 사연이고, 제2단에서는 자식을 길러 행여 기쁨이나 볼까 하고 기다리는 어버이의 소망은 아랑곳없이 혼인 후에는 제 처자식에게만 사랑을 옮겨 늙은 부모를 천대하는 망은불효(忘恩不孝)의 태도를 노래했다.
제3단은 젊은 아들내외는 단란한 생활을 영위하나 어버이는 이미 늙고 병들어 온갖 고초와 슬픔을 다 겪으며 잠 못 이루다가도 날이 새면 또다시 어쩔 수 없는 천륜의 정 때문에 세상걱정 손자 사랑에 세월을 보낸다는 사연이고, 제4단은 노부모가 죽은 뒤에 그제야 효자인 척 울음을 울며, 명당을 얻어 저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려 하나 하늘이 시기하여 죽어도 편하지 못하게 천장(遷葬)까지 하게 된다는 사연이다.
제5단은 어느덧 자신도 늙고 보니 돌아가신 부모의 일을 돌이켜보고 뉘우치며 슬퍼하는 참회를, 제6단은 형제끼리 화목하고 언행을 조심하여 선행으로써 어버이의 낯을 내도록 하여야 된다는 사연을 내용으로 한다.
제7단은 참된 인간이 되어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며 궂은 일을 범하면 부모를 욕되게 한다는 것을 서술하고, 제8단은 생전의 불효는 뉘우쳐도 미치지 못하니 후생(後生)길에 가서라도 부모자식간의 연분이 다시 맺어지길 황천에 축원하는 결사(結詞)이다.
이 가사는 생시의 부모에게 효도를 권장하는 도덕가적인 성격으로 되어 있으나, 그 사연이 다른 도덕가류처럼 관념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고 섬세한 사연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관념적인 한자어는 거의 쓰지 않고 순수한 우리말의 생활어를 조금도 꾸밈없이 실감있게 구사하고 있어서, 작자의 연시조인 「농가(農歌)」와 함께 우리들에게 더욱더 친밀감과 소박한 진실감을 자아내게 하는 수작(秀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