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에 정지상(鄭知常)이 지은 한시. 칠언율시로 『동문선』·『대동시선(大東詩選)』 등 각종 선발책자(選拔冊子)에 수록되어 있다. 『파한집(破閑集)』에는 제2·3연만 실려 있다. 왕을 호종(扈從)하여 개성 서강(西江)가에 있는 장원정에 갔다가, 장원정의 위용과 주위의 그윽한 경계를 노래한 것이다. 시상이 참신하고 탈속(脫俗)한 작품이라 하여 널리 애창되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뚝 솟은 대궐은 강언덕을 베고 있어/맑은 밤엔 도무지 한점 먼지도 일지 않네/바람에 불린 돛단배는 조각조각 구름 같고/이슬 맺힌 궁궐의 기와는/비눌모양 옥과 같네/푸른 버들 아래 문을 닫은 집은 여듦이나 아홉/밝은 달빛에 주렴을 걷어 올린 사람은 두셋이라네/아득한 봉래산은 어디에 있는가/꿈을 깨니 꾀꼬리만 봄을 울어대네(岧嶢雙闕枕江濱 淸夜都無一點塵 風送客帆雲片片 露凝宮瓦玉鱗鱗 綠楊閉戶八九屋 明月捲簾三兩人 縹緲蓬萊在何許 夢闌黃鳥囀靑春).”
특히, ‘綠楊閉戶八九屋 明月捲簾三兩人(녹양폐호팔구옥 명월권염삼양인)’이 가구(佳句)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은 또 요체(拗體)의 보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선집에 따라서는 ‘三兩人’이 ‘三四人(삼사인)’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후대에도 장원정을 두고 지은 시편이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정지상의 것이 가장 유명하므로 ‘장원정’이라고 하면 정지상의 것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당(晩唐)에서 한때 유행한 요체를 시도한 작품으로 특히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