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 수선결사의 제2세 사주인 진각국사(溪眞覺國師) 혜심(慧諶, 1178-1234)의 법문 및 승속의 제자들에게 준 편지 등을 모아 놓은 책으로 현전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승려의 어록이다. 혜심이 여러 법회에서 행한 상당 법어와 국왕 및 승려와 재가 신도들에게 개인적으로 내려준 법어, 그리고 국왕을 비롯한 다수의 관료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혜심의 선 사상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수선사 사주 당시 그의 행적 및 그와 왕래한 여러 인물들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그의 입적 후 멀지 않은 시기에 편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고려시대의 간행본은 남아 있지 않고 편찬 당시의 상황을 알려 주는 서문이나 발문도 전하지 않는다.
현재 가장 오래된 판본은 1526년(중종 21) 간행된 목판본인데, 간행처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서문과 발문은 없고 말미에 간행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만 기록되어 있는데, 가장 앞에 나오는 대공덕주(大功德主) 정심(正心)이 간행을 주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록(語錄)」 · 「법어(法語)」 · 「서답(書答)」의 3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2년 뒤인 1528년(중종 23)에는 전라도 순천의 대광산(大光山) 용문사(龍門寺)에서도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는데, 3권 중 「법어」 1권만 전하고 있다. 본래 「법어」만 간행된 것인지 아니면 3권 모두 간행되었는데 다른 권들은 잃어버리거나 놓친 것인지 알 수 없다.
말미에 간행에 참여한 사람들 명단과 지리산야로(智異山埜老)가 쓴 발문이 붙어 있다. 발문에서는 원오(圓悟)가 계심(戒心)을 시켜 간행하였다고 하였는데, 참여 인물 명단에 원오는 대시주(大施主), 계심은 화주(化主)로 기록되어 있다. 근대에 들어와 1940년에 오대산 월정사에서 활자본으로 새롭게 간행하였는데, 1526년본을 저본으로 하였지만 편차는 새로 구성하여 '상당(上堂)', '서장(書狀)', '시인(示人)', '시중(示衆)', '소참(小參)', '실중대기(室中對機)', '수대(垂代)', '하화(下火)'의 순으로 편집하고, 뒤에 다른 문헌에서 수집한 혜심의 글 52편을 모아 '부록'으로 추가하였다. 1526년과 1528년 판본이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1984년에 『한국불교전서』 제6책에 수록되었는데, 1526년 판본을 저본으로 하고 다른 두 판본을 대교본으로 하였다.
첫 번째 권(「어록」)에는 단속사(斷俗寺) 등 여러 곳의 법회에서 설한 82편의 상당 법어와 대중(大衆)들에게 훈시한 19편의 시중, 문중(門中)의 승려들을 모아 문중의 가훈(家訓)을 가르친 12편의 소참, 수행자를 깨우치기 위하여 먼저 질문을 던진 뒤 문답하여 잘잘못을 지적한 11편의 실중대기(室中對機)가 수록되어 있고, 두 번째 권(「법어」)에는 국왕 강종(康宗)에게 올린 ‘상강종대왕심요(上康宗大王心要)’ 및 승속의 제자들에게 수행의 요체를 설명한 3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세 번째 권「서답」에는 강종을 비롯한 승속(僧俗)의 편지에 답한 11편의 글과 옛 조사의 공안을 제시하고 자신이 스스로 답한 수대 7편, 승려의 다비 때에 설한 하화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전편에 흐르는 중심 사상은 무심(無心)으로 혜심은 이 무심이야말로 참다운 마음이라 하고, 무심이라 함은 마음을 허공처럼 비운 상태이지만, 마음을 비우려는 생각도 없애야 한다고 보았다. 이 무심의 상태는 선도 악도 없는 백지와 같은 것이며, 사람의 성질도 그 밑바닥은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무심이 곧 부처요, 다시 다른 것은 없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소를 타고 소를 찾는 것[騎牛覓牛],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사느냐 손님이 되어서 사느냐에 대한 문제, 중국 선종에서 크게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즉심즉불(卽心卽佛)과 비심비불(非心非佛: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님.)을 명쾌히 화쟁(和諍)하여, 즉심즉불로 운명을 고치고 비심비불로 평등한 본연경(本然境)의 새 마음이 솟아나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참선하는 수행자가 사구(死句)에 붙잡히지 말고 활구(活句)로 살 것을 강조하고, 활구는 마음의 본연(本然)을 반조(反照)하느냐 못 하느냐에 있다고 규정지었다. 또한, 선가(禪家)에서 고수하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넘어서서, 선도 하나의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껍질을 벗어야 한다는 선외별전(禪外別傳)의 소식을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일미선(一味禪)을 닦을 것을 가르쳤으며, 그 대표적인 공부 방법을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화두(話頭)로 해설하였다. 이 밖에도 일심(一心)에 의해서 지옥을 깨뜨린다는 파지옥설(破地獄說)과 그가 본 이상인 등을 기술하였다.
이 책은 혜심의 사상을 살필 수 있는 대표적 문헌으로서 무인 집권 시기 고려 선종의 사상 경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