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황제의 숙위 조직인 겁설의 한 종류로, 고려에서도 궁궐에서 등촉의 관리나 청소 등의 일상생활을 시봉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추정된다.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사역(使役)을 의미하는 ‘자로〔zaru〕’에서 유래하여 하인, 노복이라는 의미의 ‘자로치〔zaroci〕’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악에서 ‘조라치’라고 하는 역할이 전승되어 온 것에서, 음악과 관계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몽골에 초고르라는 악기가 있어서 취각을 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츄라치’에서 ‘조라치〔吹螺赤〕’로 변형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 세종실록』과 『 성종실록』에서 조랄치〔照剌赤〕는 궐정(闕庭)을 청소하는 사람을 부른다는 기록에 주목하여 조랄치와 조라치〔詔羅赤〕를 같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몽골의 겁설 조직 중 등불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의 촉랄치〔燭剌赤〕와 연결시키는 것으로, 최근에 나온 견해이다.
특히 촉랄치는 궁중의 등불뿐만 아니라 궁궐의 동식물, 침실과 욕탕의 정비 등도 담당하였으며, 『세종실록』 12년 1월에 조랄치가 궁성문을 여닫는 일을 했다는 기록도 있어서 촉랄치와 조랄치, 조라치는 궁궐에서 등불의 관리 외에 청소 등 각종 잡일을 담당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등촉배(燈燭輩)의 사례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조라치의 한역(漢譯)으로 생각된다.
조라치는 『 고려사』 병지의 1344년(충혜왕 복위 5)에 단 한 번 나온다. 곧 내승(內乘)과 응방(鷹坊)을 폐지하면서 여기에 속해 있던 대정(隊正)과 산직(散職)을 조라치를 비롯해 팔가치〔八加赤〕, 순군(巡軍) 등에 나누어 소속시켰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이들의 역할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국왕의 근시 조직으로 존재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