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은 지표와 취락, 지형, 하천 등에 붙이는 고유한 이름이다. 자연 지명과 인공 지명, 해양 지명, 행정 지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명에 대한 연구는 지리학과 지명학, 언어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리학에서의 지명은 장소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지리학적 언어로서, 지역의 역사, 지역민의 문화, 땅에 대한 의지, 고어, 방언의 형태가 녹아 있는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명이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사회적 구성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명은 마을이나 지방, 산천, 지역 등 땅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지명이 붙여지는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산과 강, 바다와 같은 자연 지형부터 시작하여 도시, 촌락, 마을과 같은 인간 정주 공간, 도로와 건물, 다리 등의 인공 구조물, 궁궐과 사찰, 성곽 등의 문화유산, 심지어는 달이나 화성에 있는 산이나 분화구 등에도 붙여진다.
‘지명’을 나타내는 영어 표현은, 일반적으로 땅 이름을 지칭하는 지명은 행정적, 정치적, 학술적, 실용적 측면을 고려해 특정 언어로 표현된 장소의 명칭을 일컫는 ‘지오그래피컬 네임(Geographical Name)’이라는 포괄적 용어로 사용된다. 지오그래피컬 네임은 지구 위에 있는 지형물에 부여된 이름을 말한다. 이 지오그래피컬 네임은 자연 지명이자 지구와 지구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실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름인 ‘토포님(Toponym)’ 혹은 ‘피처 네임(Feature Name)’, 인문 지명과 관련되며 인간이 거주하는 장소를 지칭하는 이름인 ‘플레이스 네임(Place Name)’, 그리고 자연적 실체나 지형, 즉 자연 지명을 한정하여 가리키는 ‘내추럴 피처(Natural Feature)’ 또는 ‘피지컬 피처(Physical Feature)’로 구분된다.
자연 지명들 중 수체의 경우에는 육수와 해소를 모두 ‘하이드로그래픽 피처(Hydrographic Fature)’ 또는 해양 명칭인 ‘하이드로님(Hydronym)’으로 구별하여 지칭하기도 한다. 한편, 인공물에 한해 ‘컬처 피처(Cultural Feature)’라 지칭하는데,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 또는 사람의 손길이 가해진 인공 시설물과 그 명칭들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인문 지명과 관련된 ‘플레이스 네임’은 특정 국가에 존재하는 장소의 명칭으로, 국제 지명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오그래피컬 네임’과 ‘플레이스 네임’이 별다른 의미 차이 없이 사용된다.
지명에 대한 연구는 지리학, 지명학, 언어학, 역사학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명은 언어적요소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 현상과 문화적 요소로서의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점 때문에 지명의 언어적, 문화적, 정치적 특성이 지리적 성격과 동등하게 취급될 때, 지명의 본래 의미와 가치가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명의 조사와 연구에 있어 언어적, 지리적, 문화적 성격을 입체적으로 고려한 간학문적(間學問的) 접근이 필요하다.
이희승(李熙昇)[1932년]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명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지명 연구의 지리학적, 역사학적, 언어학적의 간학문적 접근을 강조하였다는 점이다. 지명 연구의 방식은 시간과 공간의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광범위한 틀 속에서, 역사적이자 공간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요하는 지명에서, 지명학은 지명의 이론적, 과학적, 실제적, 응용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학문 분야이다. 또한, 언어학에서는 지명을 언어와 문자의 의사소통 방법으로 보아, 음성학과 의미론 등의 언어학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국어학 분야에서는 지명 생성의 유래와 변형 과정, 우리말 이름의 한자어 차용 등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명 대신 ‘지명어(地名語)’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지리학에서의 지명[Place Name 또는 Geographical Name]은 장소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지리학적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지리학에서 지명 연구는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지명이 지역의 역사, 지역민의 문화, 땅에 대한 의지뿐만 아니라 고어, 방언의 형태가 녹여져 있는 문화적자산으로 인식되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지역연구의 관점에서 지명에 나타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관, 정체성, 그리고 지명 변화의 과정과 그 가운데 이루어지는 권력관계와 갈등, 주민 삶의 변화 등을 밝히는 것이 큰 관심사이다. 이러한 연구의 흐름은 ‘역사적-문화적 접근[Historical-Culturalist Approach]’이나 ‘정치적 기호학[Political Semiotics]’으로 표현된다.
더불어, 지리학에서 지명은 장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명은 장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표현된 집합체로, 그 지역 주민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지명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이를 통해 장소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지리학적 언어, 장소를 형성하는 경관 텍스트[Landscape Text], 사회적 주체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재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지명과 장소의 깊은 연결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경관 텍스트’로서의 지명은 공간적 행위의 결과물로서, 구체적으로 그것은 인간들의 다양한 삶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장소를 형성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명은 세 가지 주요 특성을 가진다. 첫째, 지명은 존속성과 유연성을 모두 가지는 특징이 있다. 지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지명은 명명과 인식 단계에서 일정한 유연성이 작용하면서 생성되거나 변천을 겪게 된다. 이는 특정 장소에 붙인 이름이 생성, 변경,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는 뜻이다. 즉, 지명은 한 번 명명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 존속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에 의해 습득된 지명이 하나의 지점에 정착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아 존속하려는 지향과 함께, 망각되려는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지리적 실체와 고착성이 강한 지명은 쉽게 변하지 않으나, 인간의 편의와 쓸모를 위해 실체의 구획을 재편하고 거기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면서, 고유하였던 지명이 점차 사라지거나 형태가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둘째, 지명은 특정 지리적 대상과 범위를 지칭하여 다른 대상과 구별하는 기능이 있다. 지명은 장소를 다른 곳과 구별할 수 있게 하고, 장소의 지리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러한 기능은 특정 사회적 주체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도 한다. 셋째, 지명은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특성이 있다. 지명은 통치 체제의 변화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는 권력 행사나 이데올로기 주입에 있어 친숙하고 편리한 방법이 되며, 이러한 지명 제정과 변화는 식민 지배와 탈식민주의, 공산주의 통치와 탈공산주의의 맥락에서 발견된다. 새로운 통치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만들기[Nation-Buildi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명 변경이 이루어지며, 이는 종종 ‘지명 청소[Toponymic Cleansing]’의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식민 세력의 후퇴나 통치 이념의 변화는 원래 지명의 회복이나 새로운 지명의 채택을 요구하며, 이는 지명 사용 관행에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과거의 지명을 부정할 것인지, 아니면 보전할 가치가 있는 문화적 유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은 지속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지명은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의 세 단계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기존의 지명 범주는 자연 지명, 행정 지명, 해양 지명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부처에서 관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토지리정보원[2012년]은 지명 법안[제1장 제2조]에서 지명을 특정 장소, 지형, 시설물에 부여된 이름으로 규정하고, ‘자연 지명’, ‘인공 지명’, ‘해양 지명’, ‘행정 지명’으로 분류하여 별도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기존의 분류체계와 관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네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연 지명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이나 지역에 붙여진 이름으로 산과 산맥, 골짜기, 계곡 등의 이름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공 지명은 인위적으로 구축된 구조물의 이름으로 문화유산과 교통시설, 공원, 댐, 저수지 등이 해당한다. 해양 지명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상 및 해저지형의 이름으로, 해협과 만, 포 등의 해상지명과 해저분지, 해저협곡, 해구 등의 해저지형을 포함한다. 행정 지명은 행정 편의를 위해 국토를 분할 구획한 구역을 일컫는 지명으로, 특별시와 광역시, 시군구, 읍면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영택(李泳澤)은 『한국의 지명: 한국지명의 지리 · 역사적 고찰』에서 지명 분류를 시도하였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지명은 단순 지명, 자연 지명, 법제 지명, 경제 지명, 문화 지명 등으로 분류된다. 단순 지명은 뜻이 있었던 지명이나 별다른 뜻이 없었던 지명이 그대로 유지되어 내려온 지명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지명 가운데 그 수가 가장 많다. 우리말로 된 고유 지명이 2음절의 한자 지명으로 바뀌면서 원래의 뜻이 사라진 채 붙여졌거나, 원래의 우리말을 한자로 바꾸어 놓은 결과로 별 뜻 없는 지명이 된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자연 지명은 자연 물체 지명과 위치 지명, 형상 · 성질 지명, 지형 지명 등으로 구분된다. 자연 물체 지명이란 우주 · 태양 · 달 · 별 등의 천체와 계절 · 구름 · 비 · 한난(寒暖) 등의 기상요소, 또는 생물 · 무생물 등과 관련한 지명을 가리킨다. 양지 · 음지 · 월평(月坪) · 칠성(七星) 등 천체와 기상에 관계되는 지명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가 벼농사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대석리(大石里) · 철산리(鐵山里) 등 무생물에 붙여진 지명도 많다. 위치 지명과 형상 지명, 성질 지명은 방위[동 · 서 · 남 · 북 · 중]와 위치[상하 · 앞뒤 · 고저 · 내외 · 좌우 등], 형상[대소 · 원 · 각 · 곡직 · 합 · 신구 등], 성질[맛 · 색 · 토질], 숫자[일 · 이 · 삼……천 · 만] 등과 관련된 지명이다. 지명은 종종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예를 들어 암석이나 토질의 색깔을 따서 이름 짓거나 산과 들, 강 등의 모습이나 색깔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돌이 많은 곳에는 물이나 반석과 관련한 이름이 붙기도 한다.
법제 지명은 토지 · 세제 지명, 경계 · 군사 지명, 관아 · 행정 지명 등으로 나누어진다. 경제 지명은 산업 지명과 교역 지명으로 나뉜다. 농경의 역사가 긴 우리나라에는 개간과 농경, 농지, 제언(堤堰), 간척, 농산물 등에 관련된 지명이 많다. 더불어, 최근에는 지명이 상호 또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빈번하게 사용되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문화 지명은 인물 · 인사 지명과 어문(語文)에 관한 지명으로 나누어진다. 인물 · 인사 지명이란 성씨와 인물, 민족, 생활 방식, 도덕, 풍속, 미신, 종교, 교육 등과 연관되어 붙여진 지명을 말한다. 의준(擬準) 지명은 합성 지명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덕산리의 ‘덕’과 대야리의 ‘야’를 합하여 ‘덕야리’로 하는 등의 합성 지명을 말한다.
김순배[2013년]에 의하면, 지명은 학술적이고 일상적 차원에서 다양한 의의를 지닌다. 첫째, 지명은 고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명연구가 이희승[1932년]은 지명이 고어를 가장 충실하고 풍부하게 담고 있으며, 지명 연구를 통해 의문으로 남아 있는 고지명과 다른 모든 명칭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더불어 한글학회[1966년]는 지명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리, 풍속, 제도, 문화 등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우리의 옛말, 말소리의 변천, 말의 꼴과 뜻의 변천, 민족의 성립과 이동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기틀이 되며, 순우리말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 자료임을 강조하였다.
둘째, 지명은 한 장소와 다른 장소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명은 인간이 땅을 개척하면서 생활공간에 남긴 일종의 문화경관으로써 거주 집단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으며, 지역경관의 변화 내용을 담고 있는 기호화된 텍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인간에 의한 자연환경의 개조와 문화전파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셋째, 지명은 사람들이 장소와 지역, 경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판별하는지 규명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명은 생활환경에 대한 인간의 인지적 표현이자 시공간적으로 변화하는 역사 · 문화적 산물이며, 지역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이해하는 유용한 기초 자료가 된다. 한편, 물질적이고 형태적인 지리들을 언어적으로 표현한 지명은 인간의 다양한 인식 과정을 수용하면서 물질을 넘어 정신의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넷째, 지명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고 재현물로서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지명은 특정 장소를 나타내는 경관 텍스트이자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여러 집단 간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면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명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적 역할을 넘어서, 특정 사회적 주체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권력관계까지 재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명은 타자와 우리의 경계와 영역을 구별해 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이러한 시각은 최근에 확산하고 있는 사회집단이나 국가 간의 영토갈등, 그리고 영유권 분쟁이 바로 지명 분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