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잘사는 양반집에서는 종의 자식을 어려서부터 훈련시켜 찬모로 쓰거나, 벼슬을 못 한 샌님의 아내를 찬모로 고용하였다.
찬모를 만들기 위한 훈련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철저한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채썰기·깍둑썰기 등 썸질을 익히게 하고, 너비아니뜨기·생선다루기 등 칼질하는 훈련도 시킨다. 이와 같은 기본훈련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반찬 만드는 법을 훈련시킨다.
그 첫번째가 김치 담그는 훈련으로, 여기에서는 섞박지·나박김치·장김치·깍두기 등 여러 종류를 모두 익히게 한다. 다음으로 토장국·맑은 장국·곰국·생선국 등 각종 국 끓이는 법과 된장찌개·젓국찌개·고추장찌개 등 찌개 끓이는 법도 익히게 한다. 이어서 간장·초고추장·고춧가루 등 여러 가지 양념을 이용한 나물무침, 생선조림·장조림·장포육·장똑또기 등의 조림법, 김구이·너비아니구이·돼지고기구이 등의 구이법, 각종 볶음법도 훈련시킨다.
이 밖에 온면·냉면 등의 국수말이법을 익히게 하고, 고기찜·생선찜·갈비찜 등의 찜과 편육 만드는 법도 훈련시킨다. 또한 정과·약식·다식 등의 한과와 각종 떡 만드는 법도 훈련시킨다.
이상 살핀 여러 음식을 만드는 법 외에도 찬모는 부엌의 책임자인만큼 부엌위생·그릇정리 등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훈련시킨다. 한편 찬모의 책임 아래 차려진 밥상은, 찬모가 직접 들고 마루나 방문 앞까지만 가져다 놓으면 그 집의 며느리나 딸이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따라서 찬모가 남정네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는 셈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이니, 남녀유별이니 하는 조선왕조 사회에서 양반인 샌님의 아내가 대가(大家)의 찬모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만일, 대가(大家)에서 오랫동안 찬모로 일하다가 나오게 될 경우에는 다른 댁에 가서 다시 찬모로 살기도 하고, 굄새를 잘할 경우 이집저집 다니며 숙수(熟手:잔치 때의 음식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 또는 맡아서 일해 주는 사람)가 하는 일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