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는 7월에 농사일을 끝낸 다음 싸리를 베어다가 찍개처럼 날카롭게 생긴 나무로 껍질을 훑어 큰 껍질은 큰 채반을 만드는 데 쓰고, 작은 껍질은 작은 채반을 만드는 데 쓴다.
그런데 싸리의 껍질을 훑는 시기는 7월이 적기로, 이때가 지나면 싸리의 물이 말라 껍질이 잘 훑어지지 않는다. 하얀 꽃이 피는 쪽싸리 껍질로도 채반을 결었는데, 이것으로는 제일 작은 채반을 만든다.
쪽싸리로 만든 채반은 그 크기가 가장 작기는 하나 빛깔이 희고 매끄러워 잘 더러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솔로 씻기도 좋아 사용하기가 아주 편리하다. 대나무가 많이 나는 고장에서는 대나무 껍질로도 채반을 결었으나, ‘채반’이라는 명칭은 싸리채로 결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채반에는 주로 기름에 부친 전·빈대떡·누르미 등을 담는데, 공기가 잘 통하고 기름도 잘 빠져 음식을 덜 상하게 한다. 이밖에 부각·나물 등을 말릴 때에도 사용되며, 김장 때에는 갖은 양념을 썰어 담아놓기도 하고 미나리·갓·표고 등을 씻어 담아 물기를 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