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높이 37.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병(淨甁)은 범어(梵語)로 ‘쿤디카(Kundikka)’라 하고, 음역하면 군지(軍遲)·군치가(捃稚迦)라 한다. 손을 깨끗이 씻는다는 의미를 가지며 모두 병(甁)으로 번역된다. 이 정병은 형태에 있어서 안정감 있고 유려한 곡선미를 보여주며, 표면 의장(意匠)에 있어서도 고려 전기부터 크게 발달된 입사기법(入絲技法)의 정교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은입사정병은 여러 점이 알려져 있으나, 특히 이 정병의 형태적 감각은 우아하고 뛰어난 조화미를 보인다.
몸체에는 어깨와 굽 위에 여의두문(如意頭文)을 돌리고, 그 사이에 갈대가 우거지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언덕이 있으며, 그 주위로 오리를 비롯하여 물새들이 헤엄치거나 날아오르는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먼 산에는 줄지어 철새가 날고 있고 물 위에는 사공이 조각배를 젓고 있다.
한편 병의 목 부분에는 보운문(寶雲文)을 띄엄띄엄 배치하고, 첨대(尖臺)에는 파초(芭蕉)무늬를 장식하였다. 주구(注口)는 뚜껑으로 덮여 있는데, 뚜껑 윗면은 당초문으로 투각(透刻)하였고 주구 옆면은 연판문(蓮瓣文)을 장식하였다. 목 부분에도 뚜껑이 있는데 은판(銀板)을 투각하여 장식하였다.
이 정병은 11세기경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상감청자와 나전칠기 등 상감기법의 발달과 함께 성행했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