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한문필사본.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김동욱 소장본)에 있다.
계림(雞林) 땅의 최랑(崔娘)은 일찍이 편모슬하에서 자란다. 마을의 유지 몇몇이 그녀를 첩으로 삼겠다고 나서지만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랑의 나이 13세에 이미 재색이 드러나 인근의 칭찬이 자자했으나, 본시 천적(賤籍)에 속했던지라 다른 천인들 틈에 끼여 관청에서 복역하였다. 그때 관아의 백장(伯長)이 그녀를 아깝게 여기던 중, 마침 그와 의형제를 맺은 바 있는 곡강태수(曲江太守) 해서문관(海西文官) 이여택(李汝澤)에게 주선하였다.
이여택은 새삼 그녀의 재색에 감동하고 혼례를 치르게 된다. 최랑은 내직에 발령받은 태수와 일년을 기한으로 이별을 한다. 그러나 두 해나 넘어서야 겨우 안주통판관(安州通判官)이 된 태수와 어렵게 상봉하게 된다.
그 무렵 통판관은 횡포한 관리 둘을 지나치게 다스리다 그들을 죽게 하였다. 통판관은 그 가족들의 보복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최낭자만 모진 매를 맞게 되었다.
그녀는 경성까지는 겨우 도착했으나 통판관의 품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다. 통판관은 애도해 마지않았으나, 왕명으로 서주(西州)에 부임하는 몸이 된다. 그에게서 이 비극을 전해들은 낭자의 어머니는 통곡과 비탄에 잠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서주나 곡강과 같은 지명으로 볼 때, 중국이 배경인 듯하며 통판 등의 관직이름으로 보아서는 송(宋)나라 때의 이야기인 듯하다. 이 작품은 최랑이라는 천적의 처녀와 사대부출신인 이여택이라는 풍류랑 사이의 기연(奇緣)과 비련을 그린 비극적 염정소설로 볼 수 있다.
최랑과 그녀의 어머니가 처음에 보여준 태도를 통해 제도사회 속에서의 신분적인 극복, 곧 면천(免賤)에 대한 절절한 바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작자는 이 소설의 결구에서 다만 홍안박명(紅顔薄命)과 풍류남자의 불행이 예사롭지 않음을 강조했을 뿐이다.
또한 두 사람 사이의 애정에 시금석(試金石)이 될 만한 사건의 설정, 또는 긴장의 계기가 될 만 한 제3의 강력한 연적 등이 전혀 없어, 극적인 생동감이 빠졌다는 흠이 있다. 대신 천신만고 끝의 행운적 짧은 만남 이후에 급격한 불행이 닥침으로써 최랑이라는 천가여인의 비극적 숙명을 한층 극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