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

운영전
운영전
고전산문
작품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이칭
이칭
수성궁몽유록
정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구성 및 형식

1책. 한문·한글 필사본. ‘수성궁몽유록(壽城宮夢遊錄)’ 또는 ‘유영전(柳泳傳)’이라고도 한다. 한문본과 한글본이 있는데, 부분적인 차이는 있으나 대체의 줄거리는 동일하다. 한문본이 원본이고 한글본은 한문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이본이라 여겨진다.

이 작품은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사궁 수성궁을 배경으로 궁녀 운영과 소년 선비 김진사와의 사랑을 다룬 염정소설(艶情小說)이다. 고대소설에서 보기 드문 비극적 성격의 작품으로 주목되고 있다.

작품 속의 화자 유영을 작자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작자 미상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따라서 「운영전」의 저작연대도 선조대로 보는 견해와 실학사상이 싹튼 이후로 보는 두 가지 견해로 갈라진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적 성격 등에 주목하여 후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영전」은 현존하는 목판본은 없고, 한문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일사문고본(一蓑文庫本)·규장각본·국립중앙도서관본(2종)·한글학회본·연세대학교본·김기동본(金起東本)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한글본으로는 장서각본·이재수본(李在秀本)이 있고, 활자본으로는 영창서관(永昌書館)에서 펴낸 「연정운영전(演訂雲英傳)」이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도요문고본[東洋文庫本]·덴리대학본[天理大學本]과 영남대학교본·정병욱본·단국대학교 율곡도서관 나손문고본(구 김동욱본) 등이 전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 작품은 구성상 몽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영이 수성궁터에서 노닐다가 꿈을 꾸게 되었는데, 김진사와 운영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꿈에서 깨어난다. 분량면에 있어서는 8할 이상이 꿈 속의 일을 다루고 있다. 서술자 유영이 꿈 속에서 김진사와 운영의 말을 듣는 액자형(額字型) 구성을 택하여 작품 내부를 구성하였다. 몽유소설 안에 다시 액자소설이 들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내용

조선왕조 세종의 제3자 안평대군의 수성궁은 세월이 흘러 폐허가 되었다. 유영이라는 한 선비가 춘흥을 못이겨 그곳을 찾아가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문득 잠이 들어 밤을 맞는다.

한 곳에 이르니 어떤 청년이 아름다운 여인과 속삭이다가 유영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여인은 곧 시비를 불러 자하주(紫霞酒)와 성찬(盛饌)을 차려오게 한다. 그 뒤 세 사람이 대좌하여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영이 그들의 성명을 물으니 청년은 김진사,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이라 한다. 유영이 안평대군 생시의 일과 김진사의 슬퍼하는 곡절을 물으니 운영이 그들의 사연을 먼저 풀어 놓는다.

안평대군은 풍류왕자로서 궁중에 아름다운 전각을 짓고 풍류 재자(才子)들을 모아 시회를 여는 한편, 운영을 비롯하여 궁녀 10명을 뽑아 가무와 서예를 가르치며 별궁에 두고 즐기게 된다. 하루는 안평대군이 운영이 지은 시를 읽고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상이냐고 다그치며 힐문한다.

어느날, 안평대군과 궁녀들이 시를 짓고 있는데 김진사가 찾아와 함께 어울려 시회(詩會)를 열게 된다. 그때 운영은 김진사의 재모(才貌)에 마음이 끌려 그를 사랑하게 된다. 김진사 또한 운영에게 정을 보내게 된다. 그 뒤 운영은 김진사를 몰래 사모하다가 그에 대한 연정을 시 한 수에 옮겨, 마침 김진사가 안평대군을 만나러 온 틈을 타 문틈으로 전한다. 김진사도 수성궁에 출입하는 무녀를 통하여 사랑의 답신을 보낸다. 운영과 김진사의 관계를 눈치챈 안평대군은 궁녀를 나누어 서궁으로 이주시키고 운영을 힐문하지만, 운영은 죽을 각오로 사실을 부인하고 자백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중추절에 궁녀들이 개울로 빨래를 하러 나갈 기회를 얻자, 운영은 곧장 무녀의 집으로 달려가 연락하여 다시 김진사를 만난다. 그들은 더욱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궁중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날 밤 김진사는 높디높은 궁장(宮墻)을 넘어가서 운영을 만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이룬다. 이후로 김진사는 밤마다 궁장을 넘나들며 운영과 즐거움을 나눈다.

그러나 그해 겨울이 되자, 눈을 밟고 궁중을 오간 김진사의 발자국이 빌미가 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궁인들의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마침내 안평대군에게도 의심을 사게 되어 운영은 탈출을 계획하고 김진사의 사내 종 특(特)을 통하여 그의 가보와 집기들을 모두 궁외로 옮기게 된다. 그뒤 그 재보는 특의 간계에 의하여 모두 빼앗기게 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안평대군은 대로하여 궁녀들을 불러 문초하기에 이른다. 안평대군이 운영을 하옥하자 그녀는 자책감으로 그날 밤 비단수건으로 목을 매어 자결하고 만다. 여기까지 운영이 진술하자 이 사실을 기록하고 있던 김진사가 이번에는 운영의 뒤를 이어 술회한다.

운영이 죽자 김진사는 운영이 지녔던 보물을 팔아 절에 가서 운영의 명복을 빈 다음 식음을 전폐하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운영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자 김진사와 운영은 슬픔을 억제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유영이 그들을 위로하여 “인세에 다시 태어나지 못함을 한하느냐?”라고 묻자 그들은 천상의 즐거움이 인세보다 더 큼을 말하고, 다만 옛날의 정회를 잊지 못하여 이곳을 찾아왔다고 말한다. 유영은 바다가 마르고 돌이 녹아도 사라지지 않을 자신들의 사랑을 세인에게 전하여 달라는 당부를 받는다.

이야기가 끝난 뒤 세 사람은 다시 술을 마신다. 유영이 술에 취해 졸다가 문득 산새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새벽이 밝았는데, 다만 김진사와 운영의 일을 기록한 책자만이 무료히 놓여 있었다. 유영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상자에 감추어두고, 그 뒤로는 침식을 전폐하고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 마친 바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의의와 평가

대부분 고전소설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데 비해, 이 작품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결말이 불행해서 비극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주제가 비극으로 전개되면서 일관되게 구현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불운하였던 안평대군의 영화가 사라진 수성궁이 전란으로 폐허가 되었다는 배경설정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분적인 제약을 넘어서 사랑을 하다가 희생된 주인공의 운명이 봉건사회의 붕괴를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운영전」은 작품창작 당시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나 인성문제를 관념적으로 안이하게 처리하지 않고, 생생한 경험적 진실로 뚜렷이 제시하였다. 입체적 성격소설로서의 성공적 표현기교를 볼 수 있으며, 궁중에 갇힌 궁녀들의 가련한 정신생활과 몸부림치는 사랑의 한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봉건사회의 궁중이라는 두꺼운 장벽을 뛰어넘어 자유연애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과감한 시대의식이 높게 평가된다. 죽음을 앞둔 궁녀들의 초사(招辭) 속에는 유린당한 인권을 회복하고, 사랑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울부짖음이 숨어 있다.

지금까지 「운영전」의 연구자들은 이 작품의 몽유구조(夢遊構造)·환혼구조(還魂構造)·유명구조(幽明構造)·액자구조(額字構造) 등에 주목하여왔다. 이러한 특징은 「운영전」은 결국 유영이라는 인물이 꿈 속에서 환혼자(還魂者)인 운영과 김진사를 만나 현세에서의 사랑의 체험을 듣고 깨어난다는 틀로 되었음을 일컫는다. 양자의 현세체험이 이 작품의 주제이자 핵심이지만, 환혼자를 꿈 속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작품의 표현효과를 강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운영과 김진사는 자유로운 사랑을 구속하는 사회의 제도적 올가미를 제거하려다 희생되었지만, 이들을 다시 천상의 인물로 격상시키고 인간세상에서의 체험을 천상득죄(天上得罪)의 응보로 설정하여 놓음으로써 현실에서는 죄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결국 천상세계로 회귀하는 속죄행위로 실행되어, 두 사람의 도선적 발원(道仙的 發源)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실현시킨 것이라 하겠다. 유영과의 재상봉은 그 보상의 실현을 확인하는 절차라고도 해석된다.

「운영전」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구성의 주된 매체가 시라는 데 있다. 오히려 시가 주가 되고, 사건전개는 시를 뒤따르는 느낌이다. 회고시(回顧詩)·부연시(賦烟詩)·포도시(葡萄詩) 등 20여편의 사(詞)·절구·율시 등이 작품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참고문헌

『운영전』(소재영·장홍재, 시인사, 1984)
「운영전의 구조적 고찰」(윤해옥, 『국어국문학』84, 1980)
「운영전의 구조」(성현경, 『조선후기의 언어와 문학』, 형설출판사, 1978)
「운영전의 성격」(성현경, 『국어국문학』76, 1977)
「구운몽과 운영전의 비교고찰」(김일렬, 『어문논총』9·10, 1975)
「운영전고」(김일렬, 『어문논총』6·7, 경북대학교, 1971)
「운영전연구」(소재영, 『아세아연구』41, 1971)
「雲英傳小考」(大谷森繁, 『朝鮮學報』37·38, 1971)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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