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한문필사본.
이 책에 실린 <기와김공언행록서 棄窩金公言行錄序> 말미의 ‘숭정기원후(崇禎紀元後) 경인모춘(庚寅暮春)에 아림인(娥林人) 신사천(愼師天)은 삼가 쓴다.’라는 구절로 미루어, 이 책의 편찬 연대와 편찬자를 대략 추정할 수는 있다.
숭정기원후 경인년은 1650년이며 아림(娥林)은 거창(居昌)의 고호(古號)이기 때문에 이 책은 1650년 전후에 신사천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성격이나 난필(亂筆)에 오탈자(誤脫字)도 적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편·저자나 연대를 확정적으로 추단할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위경천전 韋敬天傳>을 비롯하여 <운영전 雲英傳>·<영영전 英英傳>·<허생전 許生傳>과 같은 한문소설이 실려 있으며, <황석공소서 黃石公素書>나 <어제백행원 御製百行源>과 같은 논변류의 글도 섞여 있다.
뿐만 아니라 <부휴자담론 浮休子談論>의 일부도 실려 있고 <부고령진선생선거권유문 附古靈陳先生仙居勸諭文)>이나 <기와김공언행록서 棄窩金公言行錄序>·<효자김공정려비명 孝子金公旌閭碑銘>과 같은 서(序)와 비지(碑誌)도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수록된 <허생전>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허생전>과는 무관한 한문소설이다. 또한 <위경천전>·<운영전>·<영영전> 등이 전기소설(傳奇小說)이라는 점에서 일견 이 책을 소설집으로도 볼 수 있으나, 그 외 잡다한 다른 글도 실려 있어 그야말로 ‘골동반’이라 해야 적당할 것이다.
특히 남녀간의 애정 문제를 다룬 <위경천전>은 문학적 성취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전기소설사에서 일정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 16, 17세기 탄생한 전기소설로, 속류적 인생태도에 대한 투철한 저항정신으로 <주생전>이 가지지 못한 비극적 갈등을 살려내고 있어 <이생규장전>을 이은 작품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애정전기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연애 주제를 표출하기 위해 정욕을 대담하게 긍정하고 있는 등 전대의 전기소설에 비해 진일보한 소설 수법을 구사하여 <이생규장전>이 제기한 주제사상을 보다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자 추정에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의 기록자가 <위경천전> 서두에 ‘권석주제(權石洲製)’라고 명기하여 마치 석주(石洲) 권필(權韠)의 작품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문장 구성이나 필치로 볼 때 권필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이 문제는 보다 정치한 검증을 요한다. 이 책은 국내의 다른 곳에서 그 이본을 확인할 수 없고, 임형택(林熒澤) 교수 소장본이 유일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