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가 「김영철유사(金英哲遺事)」를 읽고 지은 전계(傳系) 소설로, 『유하집(柳下集)』에 실려 있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사이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전란(戰亂)으로 인해 고난과 애환을 겪는 김영철이라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김영철은 서관(西關)의 양인(良人) 출신 토병(土兵)으로, 열아홉 살에 후금과의 전쟁에 동원되었다가 멀리 이국 땅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세 번에 걸쳐 탈출을 시도한 끝에 중국으로 탈출하고, 다시 거기에서 몇 년을 거주한 뒤 13년 만에 비로소 고국 땅을 밟는다.
이 세월 동안 그는 후금과 명나라에서 각각 혼인을 하고 자식들까지 두게 된다. 따라서 고국으로의 귀환은 그리워하던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오랜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였지만, 처자를 버리고 떠나왔다는 점에서 그에게 평생의 괴로움이 되기도 한다.
고국에 돌아와서의 삶도 평탄치 않아서, 중국어와 만주어를 두루 안다는 이유로 청이 명나라를 공격할 때 조선군의 일원으로 계속 징병되었고, 59세의 노령이 되어서까지 산성(山城)을 지키는 수졸(守卒)의 임무를 맡아야 했다.
그 뒤 자모산성을 지킨 지 20여 년 만에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하니, 19세부터 진 군역을 죽어서야 비로소 면제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17세기 명·청 교체기의 전란(戰亂)이 가져온 조선 민중의 애환을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임경업전」이나 「박씨전」이 영웅이나 이인(異人)의 활약을 중심으로 당대 현실을 그리고 있는 반면, 「김영철전」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이 겪은 이산의 아픔과 종군의 괴로움, 군역(軍役)의 가혹함 등을 빠짐없이 보여줌으로써 당대 역사를 민중의 입장에서 조망하고 있다.
또한 당대의 지배이념인 ‘존주대의(尊周大義)’와 배치되는 청나라 태종에 대한 긍정적 묘사, 현실 자체의 논리와 법칙성에 의거한 사건 진행, 필연성이 뒷받침된 우연성 등은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쳐 우리나라 소설이 거둔 사실주의의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