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는 왕실에 병고(病苦)가 생기면 궁중에서 치역의식을 행하였다. 오늘에 전하는 구병시식(救病施食)은 치역의식의 한 형태이다. 구병시식은 병의 원인이 책주귀신(嘖主鬼神)에게 있다고 믿을 때 행하는데, 각종 다라니를 독송하며 책주귀신에게 법식(法食)을 베푼다.
구병시식은 재래 민간 신앙적 요소를 불교가 수용하여 밀교(密敎)의 비법(秘法)에 의하여 행하는 신앙의례로서, 의식 중 붉은 팥을 뿌리며 귀신을 내쫓는 제의절차(祭儀節次) 등은 민간신앙에서 수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