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연(卓然)의 호는 법운(法雲) 또는 운유자(雲游子)이다. 부친은 재상을 역임했던 최정분(崔正分)이며, 일찍이 왕을 모시는 내관으로 출사하였다. 필법이 뛰어나 몽골의 사신으로 선정되었는데, 사양하였다고 한다. 고종 때 순천 조계산(曹溪山)의 수선사(현 송광사)로 출가해 승려가 되었다. 진각국사 혜심(慧諶)의 법맥을 계승한 원오국사 천영(天英)은 그의 도반이다. 탁연은 진도 용장사(龍藏寺)의 주지로 있으면서 명필로 이름을 떨쳤는데, 혜심의 비를 쓰기도 하였다. 상주목사였던 최자(崔滋)가 백련사(白蓮社)를 중창할 때 승려 천책(天頙)의 부탁으로 도량당(道場堂)과 조사전(祖師殿), 허백루(虛白樓), 신청루(神淸樓) 등의 현판을 썼다. 남송 건경사(建慶寺)의 천태종 승려 법언(法言)과 교유하기도 하였으며, 남송의 불서인 『법화수품찬(法華隨品讚)』을 백련사의 사주 천책에게 전해주기도 하였다. 이규보(李奎報)와도 친분이 있었으며, 이장용(李藏用)이 김포 통진(通津)에 지은 산재(山齋)에서 김백일(金百鎰)·이송진(李松晉)과 같은 학사(學士)들과 교유하기도 하였다. 고려 후기 이제현(李齊賢)이 지은 문집과 조선시대의 문인 정두경(鄭斗卿)과 이호민(李好閔) 등이 지은 문집, 『동국승니록(東國僧尼錄)』 등에 탁연에 관한 사항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