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
내용
표주박의 용도는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에 “쪼개면 표주박이 되어 차가운 음료 퍼내고”라고 하였듯이 흔히 물을 퍼내는 데 쓰였다.
그리하여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이곳저곳의 약수터에는 표주박이 띄워져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물을 떠마시는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이밖에도 표주박은 술독에 띄워놓고 술을 퍼내는 데 쓰기도 하였고, 장조랑바가지라고 하여 간장독에 띄워놓고 간장을 떠낼 때에 쓰기도 하였다.
표주박은 또 유희에도 사용되었다. 『동국세시기』에는 “바가지를 물에 띄워 빗자루로 치며 진솔(眞率)의 소리를 하는데 이를 수부희(水缶戱)라 한다.” 하였다.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이 유희를 ‘수고(水鼓)’라 하였다.
표주박은 합근례(合卺禮 : 합환주를 마시는 예식)에 사용되었다. 그래서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면 애박(작은 박)을 심는 풍속이 있었다.
그런데 애박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면 동네 총각들이 이 집 딸을 담 너머로 훔쳐보았으므로 ‘애박 올리면 담 낮아진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합근례에 쓸 표주박은 애박을 반으로 쪼개어 예쁜 쇠고리를 달아 만들었다. 신랑·신부가 대작을 한 뒤 그 두 표주박을 합쳐 신방의 천장에 매달아 애정을 보존하였다.
조백바가지라 하여 표주박 한 쌍에 한 쪽은 장수와 화목을 상징하는 목화를, 또 한 쪽에는 부를 상징하는 찹쌀을 가득 담아 딸이 시집 갈 때에 가마에 넣어 보내는 풍속도 있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과 친근하였던 표주박이지만, 요즈음은 울긋불긋한 플라스틱바가지에 밀려 운치있는 장식품으로만 쓰이는 것이 고작이다.
참고문헌
- 『한국식생활풍속(韓國食生活風俗)』(강인희·이경복, 삼영사, 1984)
- 『한국인(韓國人)의 조건(條件)』(이규태, 문음사, 1979)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을유문화사,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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