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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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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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조롱박이나 둥근 박을 절반으로 쪼개어 만든 작은 바가지.
내용

음력 8월경 추수가 끝나고 첫서리가 내릴 즈음에 농가의 지붕 위에 놓인 둥근 박이나 길쭉하면서 중간이 잘룩한 호리병박을 반으로 타서 삶은 다음에 껍질을 말려 만들었다.

표주박의 용도는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에 “쪼개면 표주박이 되어 차가운 음료 퍼내고”라고 하였듯이 흔히 물을 퍼내는 데 쓰였다.

그리하여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이곳저곳의 약수터에는 표주박이 띄워져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물을 떠마시는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이밖에도 표주박은 술독에 띄워놓고 술을 퍼내는 데 쓰기도 하였고, 장조랑바가지라고 하여 간장독에 띄워놓고 간장을 떠낼 때에 쓰기도 하였다.

표주박은 또 유희에도 사용되었다. 『동국세시기』에는 “바가지를 물에 띄워 빗자루로 치며 진솔(眞率)의 소리를 하는데 이를 수부희(水缶戱)라 한다.” 하였다.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이 유희를 ‘수고(水鼓)’라 하였다.

표주박은 합근례(合卺禮 : 합환주를 마시는 예식)에 사용되었다. 그래서 딸을 시집보낼 때가 되면 애박(작은 박)을 심는 풍속이 있었다.

그런데 애박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면 동네 총각들이 이 집 딸을 담 너머로 훔쳐보았으므로 ‘애박 올리면 담 낮아진다.’는 속담이 생기기도 하였다. 합근례에 쓸 표주박은 애박을 반으로 쪼개어 예쁜 쇠고리를 달아 만들었다. 신랑·신부가 대작을 한 뒤 그 두 표주박을 합쳐 신방의 천장에 매달아 애정을 보존하였다.

조백바가지라 하여 표주박 한 쌍에 한 쪽은 장수와 화목을 상징하는 목화를, 또 한 쪽에는 부를 상징하는 찹쌀을 가득 담아 딸이 시집 갈 때에 가마에 넣어 보내는 풍속도 있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과 친근하였던 표주박이지만, 요즈음은 울긋불긋한 플라스틱바가지에 밀려 운치있는 장식품으로만 쓰이는 것이 고작이다.

참고문헌

『한국식생활풍속(韓國食生活風俗)』(강인희·이경복, 삼영사, 1984)
『한국인(韓國人)의 조건(條件)』(이규태, 문음사, 1979)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을유문화사, 1971)
집필자
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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