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수도자·신자들이 자신들의 영신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하여 어느 기간 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묵상·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할 수 있는 조용한 곳으로 물러남을 뜻한다. 피정의 장소로는 성당이나 수도원 또는 피정의 집 등이 이용된다.
피정은 그리스도교 훨씬 전부터 있었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면서 기도하였던 일을 예수의 제자들이 본뜨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16세기 반(反)종교개혁 때 피정을 통한 신앙생활의 방법 등이 공식적으로 소개되자, 성 이냐시오 로욜라(St. Ignatius of Loyola)는 그의 저서인 『영신수련(靈身修鍊, Exercitia Spiritualia)』에서 실제적인 피정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에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St. Franciscus Salesius)와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St. Vincentius a Paulus) 등이 피정의 강력한 옹호자가 되어, 1548년 교황 바오로 3세에 의하여 정식 인가되었으며, 1922년 교황 비오 11세는 성 이냐시오 로욜라를 ‘피정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였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피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 동안 머무르면서 지도자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피정의 집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19세기부터는 성직자들을 위한 연례 피정제도가 실시되고 있는데, 교회법상 성직자들은 최소한 3년에 1회, 수도자는 1년에 1회 의무적으로 피정을 받아야만 한다.
피정은 참가자 수에 따라 단체피정과 개인피정, 또한 그 신분에 따라 성직자·수도자·평신도 피정으로 나누어지고, 평신도의 경우 나이·성별·직업에 따라 다시 세분화된다.
피정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침묵 속에서의 묵상·성찰·기도와 강의 등으로 이루어지며, 때로는 현대적 방법인 만남(encounter)·대화(對話) 등의 새로운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