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필사본. 1책. 가문소설(家門小說)의 한 유형에 속한다. 다곡 이수봉 소장본,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본, 영남대학교 도서관 소장본, 경북대학교 도서관 소장본, 박순호 개인 소장본 이렇게 총 5편의 이본이 존재하며, 모두 국문 필사본이다. 이 가운데 다곡본이 가장 시기가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수봉 소장본의 표제는 “韓康賢傳”으로, 서울대학교 소장본은 “韓江玄傳”으로 한자가 다르게 적혀 있다. 경북대본의 경우, “韓顉漢傳”이란 한자 제목이 있고 본문 첫 줄에 “한가헌져이라”로 표기되어 있으며, 실제 내용에서는 ‘한강현’으로 서술되고 있다. “임신년 오월 쵸십일 씀 미질리실 구담 김씨 범오동”이라는 필사기를 통해 경상북도의 순천 김씨 집안에서 향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수봉 소장본에는 작품의 말미에 “숭정 기원후 병진”, “이 ᄎᆡᆨ 듀인는 선정 회ᄌᆡ선ᄉᆡᆼ 후 무첨종파 ᄌᆡ일가벌 셩듀○ 말녀 리소저 함규지물이라”는 필사기가 적혀 있다. ‘숭정(崇禎)’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毅宗)의 연호로, 그가 재위한 숭정 연간(1628~1644) 이후의 병진년(丙辰年)은 1676년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숭정(崇禎) 기원후(紀元後) 병진(丙辰), 즉 1676년(숙종 2)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후손인 성주댁의 이 소저(李小姐)에 의해 필사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1676년 혹은 그 이전에 창작된 작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때 소주 땅에 재상 한타가 나이 50이 되도록 자식이 없다가, 부인 위씨에게 태기가 있어 기뻐하던 중 득병하여 세상을 뜬다. 그 뒤 아들이 유복자로 출생하여 이름을 진한이라 짓는다. 진한은 자라면서 벼슬살이가 싫어 낙향한 이 승상에게서 글을 배우고, 나이 15세에 이 승상의 딸 소애와 결연한다.
진한은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된다. 이후 가달의 난이 일어나자, 이부상서 최간이 원수가 되고 진한이 중군장이 되어 출정한다. 최간이 진한의 전략을 무시한 채 가달을 공격하다가 크게 패한다.
진한은 가슴에 화살을 맞고 어머니와 부인에게 유서를 써 말갈기에 매어 집으로 보낸다. 부인 이씨(이소애)는 유복자인 강현을 출산하고, 위 부인(위씨)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다.
진한이 죽자 말은 모래를 파고 그 시신을 묻은 뒤 서천을 향하여 크게 울고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말갈기에 매인 편지에 의해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된 이씨는 남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종 막석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 말의 안내로 진한의 유해를 찾아와 선산에 안장하고 집에 돌아온다.
강현은 자라서 15세에 등과하여 한림이 되고 석 상서의 딸과 정혼한다. 강현은 서달의 난을 만나 대원수가 되어 익주로 출정하여 칙서(勅書) 한 장으로 적에게 항복을 받는다.
그 뒤 강현은 병부상서가 되고 천자로부터 초왕공주의 청혼을 받는다. 강현은 이미 정혼한 몸이라 하며 청혼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강현이 석 소저와 혼인한 뒤에도 초왕공주의 뜻이 꺾이지 않자, 강연은 초왕공주와 또 결연하여 두 부인과 더불어 살게 된다.
이때 북방이 도적에 의해 어지러워지자, 한 상서(한강현)가 순무어사로 출사하여 백성을 구휼하고, 도적을 인애로 개유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광릉 땅 강정에서 계모의 간계로 강에 떠내려오는 양 소저를 구해준다. 그들은 의남매를 맺는데, 뒷날 양 소저는 태자비가 된다. 한 상서가 귀환하여 승상이 되고, 아버지 진한은 위왕에 봉해진다.
석 부인은 아들 다섯, 초왕공주는 아들 넷을 두었다. 태자비가 생남한 것을 기념하여 진행한 경과(慶科)에서 다섯 아들이 모두 등과하고 한날 택일하여 결연한다. 다음 경과에서 승상의 네 아들이 모두 등과하여 정혼하고 벼슬에 오르니 그 창성함이 비할 데 없었다.
「한강현전」은 그 창작 연대가 1676년(숙종 2) 혹은 그 이전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소설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17세기 이후 사대부 계층을 주 독자층으로 하여 국문 장편소설이 크게 발전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 효시가 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타-한진한-한강현 그리고 그의 아홉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의 역정을 그려 보임으로써 누대형(累代型) 가문소설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수봉 소장본 「한강현전」의 말미에는 “구룡의 ᄒᆡᆼ실과 양비의 ᄉᆞ적이 다 구룡전ᄋᆡ 잇시니 ᄎᆞᄌᆞ 어더 보소서”라고 속편 「구룡전」에 대한 언급이 적혀 있어, 이 작품이 후대에 자주 보이는 연작소설(連作小說)의 양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