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패령(解佩令)」은 고려시대 궁정에서 연주하였던 당악의 하나이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는 단독으로 가창하는 주1로서 악보 없이 가사만 수록되어 전한다. 사패(詞牌) 이름은 「해패령(解佩令)」이며, 북송 안궤도(晏几道: 1038~1110)의 『소산악부(小山樂府)』에 처음 보인다. 『고려사』 악지에서는 악곡 이름을 「해패」라 한 뒤, 사체(詞體)의 하나인 ‘영(令)’자를 세주로 덧붙여 「해패령」이라 하였다. 작자는 미상이다. 곡이름과 가사가 『고려사』 악지에 전할 뿐, 조선시대의 문헌에 이 곡을 연주하였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곡은 고려시대의 궁정 음악으로만 활용되었을 뿐, 이후 실전된 것으로 보인다.
「해패령」은 쌍조(雙調) 66자로, 미전사에 해당하는 전단은 6구(句) 주2, 미후사에 해당하는 후단은 6구 3측운으로 이루어진 안궤도의 「옥계추감(玉階秋感)」 사를 정체(正體)로 삼는데, 『고려사』 악지의 「해패령」은 가사가 총 66자로 전단 33자와 후단 33자를 갖춘 쌍조인 점에서는 「옥계추감」 사와 같지만, 전단 · 후단이 각각 6구 4측운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변체(變體)로 간주된다.
곡이름 뒤에 붙은 ‘영’은 편폭이 짧은 사(詞)를 일컫는 용어로서 ‘소령(小令)’이라고도 칭한다. 일반적으로 사(詞)는 단조(短調)[홑단], 쌍조(雙調)[전단과 후단 두 단으로 구성], 삼사첩(三四疊)[3단 혹은 4단으로 구성]에 관계없이 전체 글자 수에 따라 58자 이내를 소령(小令), 59자~90자를 중조(中調), 91자 이상을 장조(長調)로 구분한다. 그런데 「해패령」은 전단 · 후단을 합하여 66자이기 때문에 ‘중조’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곡 이름에 ‘영’자가 붙어 있다.
『고려사』 악지에는 곡이름에 세주로 중조가 붙은 사악(詞樂)이 없는데, 이는 「해패령」이 사(詞)를 작품의 글자 수에 따라 구분하던 시기 이전에 고려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이 곡이 고려에 유입될 당시 아직 ‘영’의 범주에 속해 있었음을 의미한다.
가사 내용은 여인의 용모와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단
검아단정, 심아초준.(臉兒端正, 心兒峭俊.)[얼굴은 단정하고 마음은 깔끔하며]
仄平平仄, 平仄平仄.
미아장、안아입빈.(眉兒長、眼兒入鬢.)[눈썹은 길고 눈은 살쩍에 닿네.]
平仄仄、平平平仄.
비아융륭, 구아소、설아향연.(鼻兒隆隆, 口兒小、舌兒香軟.)[코는 우뚝하고 입은 작으며 혀는 향기롭고 부드러운데]
仄仄平平, 平仄平、仄平平仄.
이타아、취중홍윤.(耳垜兒、就中紅潤.)[그 가운데서 붉고 윤택한 것은 귓바퀴이네.]
平平仄、平平平仄.
후단
항여경옥, 발여운빈.(項如瓊玉, 髮如雲鬢.)[목은 구슬과 같고 머리카락은 검은 구름과 같으며]
平平仄仄, 平平仄仄.
미여삭、수여춘순.(眉如削、手如春笋.)[눈썹은 깎은 듯하고 손은 봄철의 죽순이네.]
仄平平、仄平仄仄.
이아감첨, 요아세、각아거긴.(妳兒甘甜, 腰兒細、脚兒去緊.)[젖은 달고 허리는 가늘며 발은 꽉 조였지만]
仄仄平平, 仄仄仄、平平平仄.
나사아、갱휴요문.(那些兒、更休要問.)[그런 것들은 다시 묻지 말라.]
仄平平、仄平仄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