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향자만(行香子慢)」은 고려 시대 궁정에서 연주하였던 당악의 하나이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단독으로 가창하는 주1의 하나로서 악보 없이 가사만 수록되어 전한다. 북송대의 작품으로 작자는 미상이다. 조선시대의 문헌에 이 곡을 연주하였다는 기록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궁정에서만 한시적으로 연주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사는 총 96자로 미전사에 해당하는 전단[47자]과 미후사에 해당하는 후단[49자]을 갖춘 쌍조(雙調)의 만사(慢詞)이다. 전단은 10구(句) 주2이고, 후단은 11구 6평운으로서 전단의 구식(句式)은 ‘4. 5, 4. 5, 4. 7[3、4], 6. 3, 4, 5.’[10구 47자]이고, 후단은 ‘2. 4. 5, 4. 4, 5. 7[3、4], 6. 4, 4, 4.’[11구 49자]이다.
사패(詞牌)의 이름은 본래 「행향자만」인데, 『고려사』 악지의 「행향자만」에는 곡이름에 ‘곡자(曲子)’의 줄임말인 ‘자(子)’가 붙었고, 곡이름 뒤에 당송 시기 잡곡(雜曲)의 한 체제인 ‘만(慢)’이 세주로 붙어 있다. ‘곡자’는 바로 ‘소곡(小曲)’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곡은 ‘만곡자(慢曲子)’의 악곡으로서 가락이 길고 박자가 느리며, 장단이 매우 느린 악곡에 속한다.
「행향자만」이라는 사패의 이름에는 ‘절에서 재를 주관하는 사람이 도량을 천천히 돌면서 향을 올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절에서 향을 올리는 법회를 거행할 때 연주되었던 악곡으로 추정되나 그 정확한 용도는 불분명하다.
가사는 왕궁의 장려한 풍경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단
서경광융.(瑞景光融.)[상서로운 햇볕 밝게 비치어]
仄仄平平.
환중천제연, 가기총총.(換中天霽烟, 佳氣葱葱.)[중천의 안개를 개게 하니 좋은 기운이 가득하네.]
仄平平仄平, 平仄平平.
황거숭장려, 금벽휘공.(皇居崇壯麗, 金碧輝空.)[임금의 거처는 높고 장려하여 노랗고 푸른 단청이 공중에서 빛나네.]
平平平仄仄, 平仄平平.
동소외、요전심처,(彤霄外、瑤殿深處,)[붉은 하늘 밖 아름다운 궁궐 깊숙한 곳에서는]
平平仄、平仄平仄,
염권화영중중.(簾捲花影重重.)[발을 걷고 겹겹으로 펼쳐진 꽃 그림자를 보리.]
平仄平仄平平.
영보련, 기족진선,(迎步輦, 幾簇眞仙)[가마를 맞이하여 진짜 신선이 몇이나 모여서]
平仄仄, 仄仄平平,
하경수신궁.(賀慶壽新宮.)[새 궁전에서 경사스러운 생신을 축하할까?]
仄仄仄平平.
후단
방봉. 성주비룡.(方逢. 聖主飛龍.)[바야흐로 성군이 용처럼 날아오르는 때를 만나]
平平. 仄仄平平.
정휴성대녕, 조야환동.(正休盛大寧, 朝野歡同.)[참으로 훌륭하게 창성하고 크게 편안하니 조야가 함께 즐거워하네.]
仄平仄仄平, 平仄平平.
하방연상, 봉신의자용.(何妨宴賞, 奉宸意慈容.)[무슨 상관 있으랴? 잔치를 열어 즐기면서 임금님의 뜻과 자애로운 얼굴을 받드는 것이.]
平平仄仄, 仄平仄平平.
소음안、노상장진,(韶音按、露觴將進,)[아름다운 음악 펼치면서 감로의 술잔 올리려 할 때에]
平平仄、仄平平仄,
혜로표복향농.(蕙爐飄馥香濃.)[혜초를 태우는 향로에서는 짙은 향기가 피어오르네.]
仄平平仄平平.
장원승안,(長願承顔,)[길이 바라는 것은 용안을 받들면서]
平仄平平,
천추만세, 명월청풍.(千秋萬歲, 明月淸風.)[천추만세가 되도록 달이 밝고 바람이 맑은 것이네.]
平平仄仄, 平仄平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