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길(全武吉)이 지은 중편소설. 1930년 5월부터 8월까지 자신이 주재하던 잡지 ≪대조 大潮≫(3∼5호)에 연재하였다. 주인공의 애정편력이 상세하게 서술되고, 이를 통하여 사회제도의 모순과 경제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려 한 작품이다. 주인공 자신의 참회와 타인들에 대한 경고가 이 소설의 집필 목적이라고 서두 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주인공 ‘나’(최경옥)는 여러 남자와 깊은 애정 관계를 가져왔고 물질적으로도 호화스러움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서 뛰쳐나와 지금은 Y고무공장에서 험하고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생활이 몇 배나 행복스럽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성이 명령하는 생활, 양심이 허락하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나’의 지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열일곱 살 되던 해, 즉 호수돈학교에 다니던 해 여름, 서울에서 열린 여자정구대회를 계기로 어려서부터 가까이 지냈던 정구 선수이자 코치인 K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거의 한 해 동안이나 사귀었지만, 결국 K의 무결단성과 부모의 반대로 인하여 혼인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그 뒤 서울 R전문학교에 다닐 때, H라는 경성제국대학 의과생을 사귀었다. 그러나 그와의 관계도 책망의 편지 이후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 다음 여름방학에 신천 온천에 사는 언니집에 놀러 갔다가 D신문의 C기자를 소개받았다. 둘은 몰래 석왕사로 가서 한달 동안을 같이 지낸다.
그러나 같이 지내는 시간의 양에 비례하여 C에 대한 실망도 커져갔을 뿐더러, C에게는 처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어, 단교의 편지를 보냈다. 그 뒤 T와의 관계, G와의 비밀결혼 등을 겪으며 R전문학교 졸업반이 되었다. 그때 그 학교에 새로 B교수가 왔는데, 그는 미국에 10년이나 있다가 신학박사학위까지 받아서 나왔다.
B가 아직 총각이고 아내가 될 여자를 은근히 물색 중이라는 소문에 접한 ‘나’는 B를 ‘나’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계획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드디어 나는 B의 여왕이 되었다. 둘은 수년 동안 젊음을 같이하였다. 그러나 B는 P라는 여류 피아니스트와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였고, ‘나’는 나대로 B를 에워싼 상류사회의 허상을 발견한다. 아울러 사회제도의 모순과 경제조직의 결함을 깨닫는다. 둘은 심하게 다툰다.
‘나’는 B를 향하여 “당신은 계급으로 보아서 나의 적입니다.”라고 대들고, B는 “사회주의가 세상을 망친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곳을 뛰쳐나와 Y고무공장에 오게 된다. 이 작품은 애정편력의 서술과 사회·경제 제도의 비판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 작품이다. 어설픈 주제구현 욕구가 오히려 주제를 향한 구심력을 약화시켰다. 집필의도의 작품 내 노출, 노골적인 작자의 얼굴 내밀기 등 개화기 소설적인 기법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