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은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중간적인 길이를 지니고 있는 서사양식이다. 대개 200자 원고지 200매 이상 500매 이내의 길이를 지닌다. 단편소설이 지니고 있는 통일된 인상과 효과를 지향하면서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역사성과 삶의 전체적인 의미를 요구한다. 한국 소설사에서 근대적인 중편소설은 염상섭의 「만세전」이다. 「만세전」은 1920년대의 대표적인 중편소설이다. 중편소설이 문학사적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0년대이다. 김원일의 「노을」, 윤흥길의 「장마」, 이청준의 「잔인한 도시」 등이 대표적인 중편소설이다.
영어로는 짧은 장편소설이라는 의미로 ‘노벨레트(novelette)', 프랑스어로는 ’누벨(nouvelle)‘이라고 하지만, 장편소설이나 단편소설에 비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양식은 아니다. 독일문학에서 ’노벨라(novella)‘라고 하는 중간적인 형태의 소설이 오늘날 중편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편소설은 그 이야기의 길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개 200자 원고지 200매 이상 500매 이내의 길이를 지닌다. 그러나 300매 내외의 길이를 가진 것들이 가장 많다.
중편소설은 그 길이의 면에서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중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 이 두 가지 형태의 소설이 지향하고 있는 특징을 동시에 포괄하고자 한다. 단편소설이 지니고 있는 통일된 인상과 효과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역사성과 삶의 전체적인 의미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단편소설을 특징을 살리면서 이를 확대하여 거기에 역사성을 부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편소설을 보다 압축하여 구성의 집중을 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편소설은 단편양식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가게 되는 것이므로 장편소설의 속성에 더 가까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중편소설은 하나의 주제 이외에 거기에 관련되는 여러 가지 소주제들이 함께 다루어지고 인물의 설정이나 사건의 구성 역시 복합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요건을 놓고 비평가 최재서(崔載瑞)는 단편과 장편의 사이에 있는 중간적 형태로서의 중편소설의 장르적인 성격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소설사에서 근대적인 중편소설의 등장은 염상섭(廉想涉)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염상섭의 「만세전(萬歲前)」은 1920년대의 대표적인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3 · 1운동 직전 겨울을 배경으로 동경 유학생인 주인공이 조선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는 동안 목격하게 되는 여러 현실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시모노세끼에서 연락선을 타면서부터 일본인 형사에게 당한 모욕적인 행위를 비롯하여, 관부연락선의 목욕탕 안에서 일본인 상인들이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인신매매 이야기,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와서 보게 되는 친일파들의 비굴한 모습, 구지주인 김 의관 일가의 몰락상 등이 그려진다.
이와 같은 직접적 체험을 통해 주인공은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조국의 현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소설은 사건 자체의 단일성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체험을 통해 역사와 현실의 전체적인 양상을 제시하고 있다. 1930년대 박태원(朴泰遠)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든지, 광복 직후 채만식(蔡萬植)의 「민족의 죄인」 등은 중편소설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편소설이 문학사적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소설적 주제의식의 심화와 인간의 삶에 대한 인식의 확대에서 오는 소설 양식의 확대 과정에서 중편소설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족 분단의 주제를 다룬 김원일(金源一)의 「노을」, 윤흥길(尹興吉)의 「장마」, 전상국(全商國)의 「아베의 가족」이라든지, 개인과 사회의 부조화를 문제 삼은 이청준(李淸俊)의 「잔인한 도시」, 최인호(崔仁浩)의 「깊고 푸른 밤」, 이문열(李文烈)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은 모두 대표적인 중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