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년(정개 5) 태봉의 수도인 개성에 괴이한 용모의 노인이 나타나, 상인 왕창근(王昌瑾)에게 고경(古鏡)을 팔았다. 그런데 왕창근의 고경을 벽위에 걸어 두자 햇빛을 받아 글자가 보였으므로, 궁예(弓裔)에게 알렸다.
이에 허원은 송함홍(宋含弘)·백탁(白卓) 등과 함께 궁예의 명을 받아 고경에 쓰인 글자를 풀이하였다. 그러나 그 문구는 궁예의 멸망과 왕건(王建)의 등장을 알리는 참언(讖言)이었으므로, 사실대로 고하면 화를 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여 말을 적당히 꾸며서 거짓으로 궁예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