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신라로 귀순하여 신라 불교 최초의 승통(僧統)이 되었다. 고구려에 있을 때 국력을 정탐하러 온 신라 장수 거칠부(居柒夫)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혜량은 강당에서 불경을 설하였는데, 거칠부를 은밀히 불러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라로 귀환(歸還)시켰다.
그 뒤 신라는 백제의 연합군과 함께 고구려를 정벌하여 국경의 열 군데 군(郡)을 함락시켰다. 거칠부가 죽령(竹嶺)을 넘어 고구려로 진군할 때 혜량을 보고, 전날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그를 진흥왕에게 천거하였다. 551년(진흥왕 12)에 망명한 그는 승통이 되어 백고좌법회(百高座法會)와 팔관회(八關會)를 최초로 개최하였고, 불교의 여러 사무를 통괄하였다.
신라 초기 교단의 형성과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새로운 불교의식의 정착을 도모하였다. 고구려에서 귀화한 그가 신라의 승통이 되었다는 것은 그의 위대성을 말함과 동시에 신라불교의 연륜이 일천하였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